공룡, 발자국
-상족암에서
누가
이토록 뜨겁게 살다 갔나
외진 바닷가 한 모퉁이
망사 같은 잔솔가지 살몃 걸치고
알몸으로 길게 드러누운 병풍바위는
아직도
수 억 년 전의 추억을 머금은 채
누군가 남기고 간
발자취의 주인을 찾고 있으니
까마득한 전전생의 인연 찾아가듯
이제, 태초의 몸짓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그 발자국 속에 가득 고인
수수께끼의 실핏줄을 툭, 건드려보라
굳어버린 그대 발바닥에도
어느새
공룡의 피가 도리니
상족암에 가면
누구든 공룡이 되고 말리니
* 상족암 :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 있는 공룡 화석지이다
(시문학 2004 사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