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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노래 / 문성해

모래, 노래 문성해 옛날의 노래는 모래였다네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네 발가락 사이로 따뜻하게 파고들었다네 누군가 와서 상한 깃털 같은 마음을 모래 속에 파묻고 가면 파도가 데려가 씻기고 씻기고 햇볕은 말리고 바다는 절여주고 갈매기는 품어주었다네 흰 알처럼 옛날의 노래는 하루종일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네 그 위에 뒹굴 수 있었다네 부드러운 요처럼 부서져 내린 노래는 스스로 마을로 흘러들어 부뚜막에도 뜨락에도 요대기 위에도 포슬포슬 기어들어 까슬까슬 눈동자 속을 파고들었다네 심장 속에도 붉게 박혔다네 어떤 노래는 아주 사적이라서 죽을 때까지 아무도 퍼갈 수 없었다네

♧...참한詩 2023.11.05

고독이 거기서 / 이상국

고독이 거기서 이상국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바닷가에 '고독'이라는 까페가 있다 통나무로 지은 집인데 지날 때마다 마당에 차 한대 없는 걸 보면 고독이 정말 고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은 아주 오래된 친구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혼이나 밤을 맡겨놓고 함께 차를 마시거나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온몸을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며 사는 게 어려워 보인다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므로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가끔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보면 고독이 거기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참한詩 20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