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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 이정록

의자 이정록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참한詩 2023.04.17

시월 / 이복규

시월 이복규 네가 떠나고 다시 볼 수 없을 때 나는 함양에 갔다고 할 것이다 함양시장 입구 황태해장국집 지나 가을볕에 꼬들꼬들 잘 마른 할머니들이 내놓은 산약초 좌판을 지나 병곡순대 집에 갔다고 할 것이다 오다가 진주 중앙시장 사거리 리어카에 튀김옷 입고 끓는 기름에 정갈하게 몸을 눕힌 새우와 고추를 한입 물고 골목 안 제일식당을 지나 하동집에서 양은냄비에 졸복 지리 한 그릇 먹고 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몰라 서성거리다가 해질녘 남강 둔치에서 유등을 한참이나 보았다고, 축제마다 떠돌던 각설이들 다 팔아도 남는 것도 없던 사람들 등 뒤로 해 지는 남강을 바라보며 거제로 돌아와 처음 신혼살림을 차렸던 능포, 새마을식당 지나 어린 딸을 업고 해풍을 잠재웠던 방파제에 앉았다가, 낚시꾼에게 오늘 무..

♧...참한詩 202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