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참한詩 2023.07.12
대가족 대가족 김욱진 엄니 살아생전 우리 집은 손이 귀하다고 늘 그러시며 고양이들만 찾아와도 손주 본 듯 반갑게 이밥에다 멸치 동가리 몇 얹어 봉당에 놓아두고 그러셨는데 엄니 떠난 그 집엔, 어느새 고양이 3대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주인 노릇하면서 간간이 돌아다니는 생쥐도 잡고 이 골목 저 골목 땟거리 구하러 다니다가도 큰 볼일 작은 볼일 볼 때면 우리 집 텃밭으로 쫓아와 엉덩이 넙죽 까발리고 거름 주듯 똥 누고 언저리 흙 긁어 덮고 물 주듯 오줌 누고, 그 기운에 고추는 주렁주렁 가지는 반들반들 방울토마토는 올망졸망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러다가도 가끔 나만 찾아가면 고양이 여섯 마리 마당 한복판 오도카니 둘러앉아 입맛 쪽쪽 다신다 엄니 생각에 계란노른자 후라이해서 하나씩 던져주면 손주 녀석들은 게 눈 감.. ♧...발표작 2023.07.06
AI AI 김욱진 저 아이 요즘 뭐든지 물으면 척척 대답을 다해준다고? 에이, 세상에 그런 아이가 어디 있어 태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로만 듣던 AI,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더니만 어느새 그 아이가 이렇게 많이 컸어 챗GPT라고 부른다면서 그래, 맞아 조무래기라고 얕보지 말게 지난 번 이세돌 하고 바둑 둬서 이겼다는 그 아이야 그럼, 돌아이구만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야, 이 친구야 지금, 여기 농담할 상황 아닐세 머잖아 자동차 자율주행 운전도 저 아이가 하고 자네가 몇날며칠 끙끙거려 짓는다는 시 한 편 저 아이는 몇 초 만에 후딱 써버린다네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 심지어 나의 일기까지도 줄줄 다 써준다네 짧다 그러면 금방 늘여주고 좀 길다 그러면 눈치껏 줄여주고 “…해줘" “…알려줘" 하면.. ♧...발표작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