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뒷간 달팽이 뒷간* 병산서원 가면울타리 밖 하늘 열린 허름한달팽이 뒷간에 앉아큰 볼일 한번 볼 일이다흠흠, 인기척 소리 내며머슴살이 잠시나마 해볼 일이다풀지 못한 근심 다 내려놓고조용히 뒤돌아볼 일이다병산서원에서 한평생 머슴 노릇하고 있는달팽이 한 마리, 흠흠 *달팽이 뒷간:400여 년 전 안동 병산서원 입구 지어진 머슴들의 화장실로 달팽이 모양새임. 짧은시 2022.04.28
씨․1 씨․1 비닐하우스 안에서조기 합숙 과외 받고 자란씨 없는 수박혈서를 쓰기 시작한다이른 새벽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사고파는 사람들의 손아귀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비탈밭 한 모퉁이서씨내리할 씨 걱정 없이자식 농사나 지으며달콤하게 살고 싶었는데, 씨 짧은시 2022.04.28
그늘 그늘 등나무 아래서 등 굽은 할머니 두 분 마주보고 앉아 주고받는 얘기 등 너머로 엿듣는다 지난 번 디스큰가 뭔가 튀어나왔다더니 수술은 했어? 아니, 가끔 다리 좀 저려도 그냥 등 굽히고 살기로 마음먹었어 드나나나 등 굽히고 꾸벅꾸벅 절하며 지내보니 아들 딸 며느리도 좋아하고 손주 녀석들까지 다 좋아하던데, 뭘 등 꼬장꼬장 세우고 살 때보다 용돈받기도 영 수월하고, 하여튼 그래 그늘 드리워진 등 한쪽, 써늘하다 짧은시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