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잡기 조온윤 천사는 언제나 맨발이라서 젖은 땅에는 함부로 발을 딛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게 믿었던 나는 찬 돌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했다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걸을 땐 벨을 누르지 않아도 열리는 마음이 되며 도무지 인간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인간을 위할 줄도 아는 것 혹은 자기희생 거기까지 가닿을 순 없더라도 내가 믿는 신이 넘어지는 나를 붙잡아줄 것처럼 눈 감고 길 걸어보기 헛디디게 되더라도 누구의 탓이라고도 생각 않기…… 그런데 새벽에 비가 왔었나요? 눈을 떠보니 곁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고 겨드랑이가 따뜻했던 이유는 그들의 손이 거기 있었기 때문 나는 그들의 부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