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1 씨․1 비닐하우스 안에서조기 합숙 과외 받고 자란씨 없는 수박혈서를 쓰기 시작한다이른 새벽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사고파는 사람들의 손아귀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비탈밭 한 모퉁이서씨내리할 씨 걱정 없이자식 농사나 지으며달콤하게 살고 싶었는데, 씨 짧은시 2022.04.28
그늘 그늘 등나무 아래서 등 굽은 할머니 두 분 마주보고 앉아 주고받는 얘기 등 너머로 엿듣는다 지난 번 디스큰가 뭔가 튀어나왔다더니 수술은 했어? 아니, 가끔 다리 좀 저려도 그냥 등 굽히고 살기로 마음먹었어 드나나나 등 굽히고 꾸벅꾸벅 절하며 지내보니 아들 딸 며느리도 좋아하고 손주 녀석들까지 다 좋아하던데, 뭘 등 꼬장꼬장 세우고 살 때보다 용돈받기도 영 수월하고, 하여튼 그래 그늘 드리워진 등 한쪽, 써늘하다 짧은시 2022.04.28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다가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참한詩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