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지고지순한 사랑의 원형-양병호(시인, 문학평론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흙집 지문은 다 사라지고 방문 왼손 편 벽 언저리엔 지팡이처럼 짚고 드나든 손자국만 하나 쿡, 찍혀있다 백일 전 돌아가신 어머니 시집 올 때 신고 온 코고무신 한 켤레 가지런히 놓여있는 봉당 앞에서 무심코 지붕 올려다보니, 그단새 처마 밑은 온통 부동산 투기꾼들로 북적인다 거미는 얼기설기 줄을 쳐뒀고 땅벌도 간간이 날아들어 이곳저곳 갸웃거리고 자식새끼 줄줄 딸린 제비 부부는 집터고 뭐고 따져볼 겨를도 없이 애비는 써레질한 무논에서 지푸라기 다문다문 짓이겨 와 다섯 식구 살 집 한 채 짓는 중이고 어미는 새끼들 땟거리 구하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집 주인은 오간데 없는데 빈집에 큰 손은 잦아들고 걱정이 이만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