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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문학 10월호 이달의 문제작-김욱진 『빈집·2』

'모성', 지고지순한 사랑의 원형-양병호(시인, 문학평론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흙집 지문은 다 사라지고 방문 왼손 편 벽 언저리엔 지팡이처럼 짚고 드나든 손자국만 하나 쿡, 찍혀있다 백일 전 돌아가신 어머니 시집 올 때 신고 온 코고무신 한 켤레 가지런히 놓여있는 봉당 앞에서 무심코 지붕 올려다보니, 그단새 처마 밑은 온통 부동산 투기꾼들로 북적인다 거미는 얼기설기 줄을 쳐뒀고 땅벌도 간간이 날아들어 이곳저곳 갸웃거리고 자식새끼 줄줄 딸린 제비 부부는 집터고 뭐고 따져볼 겨를도 없이 애비는 써레질한 무논에서 지푸라기 다문다문 짓이겨 와 다섯 식구 살 집 한 채 짓는 중이고 어미는 새끼들 땟거리 구하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집 주인은 오간데 없는데 빈집에 큰 손은 잦아들고 걱정이 이만저..

모든 것은 일기 일회

모든 것은 일기 일회 법정스님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자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소멸을 두려워 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으라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으라.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

♧...자료&꺼리 2021.09.27

저 거리의 암자 / 신달자

저 거리의 암자 신달자 어둠이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 속풀이 국물이 바글바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 젓가락으로 잡던 산낙지가 꿈틀 상 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 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채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 비워진 소주병이 ..

♧...참한詩 202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