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라는 개犬 김겨리 나무와 집과 소리와 여명까지 삼키는 잡식성 맹견 온몸이 어금니와 식도로 된 독종이다 컹컹 짖을 때 날리는 축축한 비말은 번식세포, 안개는 바람의 병법으로 빠르게 영역을 점령한다 부드러운 이빨로 무엇이든 질겅질경 씹다 통째로 삼키는 안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흡혈성 식도를 가진 안개는 아침이 주식이다 안개의 먹이사슬들은 눈이 퇴화되는 대신에 청력이 예민하다 나무도 돌도 물도 풀잎도 모두 청력이 발달된 종들 상처의 바탕, 울음의 면적, 고통의 질감처럼 안개를 개복하면 온갖 씨앗들이 발아한다 안개의 부리부리한 눈을 본 적이 있는가 마주치면 송두리째 빨려들 듯한 무자비한 혼곤으로 꼼짝없이 당하고야 마는, 촉촉이 젖는 공포에 대해 상온을 밑도는 체온이라 냉혈인 듯하지만 그의 소화기관을 거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