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우리는 / 정끝별
언니야 우리는 정끝별 우리는 같은 몸에서 나고 같은 무릎에 앉아 같은 젖을 빨았는데 엄마 다리는 길고 언니 다리 짧고 내 다리는 더 짧아 긴 다리에 짧은 다리를 엇갈려 묻고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사만사 다만사, 조리김치 장독간, 총채 빗자루 딱, 한 다리씩을 빼주고 남는 한 다리는 술래 다리 언니야 우리는 같은 집에서 자라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남자들과 살았는데 너는 언니라서 머리가 길고 나는 막내라서 머리가 덜 길고 남자들을 위해서 씻고 닦고 삶고 빨고 낳고 먹이느라 죽을 듯이 엄마처럼 하얘지도록 너는 언니라서 더 꿇고 나는 동생이라서 조금 덜 꿇고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아버지 오빠들이 우리에게 어떤 손자국을 남기고 어떤 무릎을 요구했는지 그들에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