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1 -거미 점심시간 6층 난간에 매달린 거미 줄도 없이 땅바닥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복도 배식 줄 서 있는 아이 서넛 엉겁결에 달려가 간신히 거미줄 잡고 거미를 타일렀습니다 거미야, 미안해 우리가 너의 밥줄 끊을 줄만 알았지 이토록 힘겨워하는 줄은 몰랐어 말문 굳게 닫은 거미 줄이 술렁였습니다 밥줄에 목숨을 건 아이들 눈빛 줄줄이 땅바닥으로 가닿았습니다 거미가 우울했다는 낌새 알아채고부터 전깃줄에 와 앉은 까마귀들도 줄지어 울어댔습니다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마는 저세상에 반쯤 내던진 몸 다시 추스르느라 거미는 참 혼란스러웠겠습니다 줄로 줄로 근근이 밥줄 잇고 살아온 거미 줄 하나가 오로지 이 세상 명줄이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