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꼬끼오! 벨 누르고 분만실로 들어서자 임신중독증 걸린 어미닭들 울음 꾹 삼킨다, 속으로 달거리하고 싶은 날도 있었겠다 1촉 전구 불빛 새어나오는 양계장 무정란 한 판 사들고 급히 빠져나오는데 철창 갇힌 영계들 눈빛 줄줄 따라붙는다 오빠 하룻밤 묵어가세요 예전처럼 오빠랑 숨바..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둥지 둥지 남들은 다 내 집 마련 부금 넣고 알콩달콩 살아가는데 지푸라기 하나 물어올 수 없는 이놈의 세상, 노숙이 웬 말이냐 새끼먹이 구하러 온 늙수그레한 참새 한 무더기 허수아비 눈치 보며 밭두렁 날아 앉아 참나무 가지 위에 덩그렇게 지어놓은 까치집 올려다보며 집단 농성을 한다 ..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열병 열병 판과 판 사이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불의 신은 혀를 날름거리고 저주처럼 밀려온 쓰나미는 이것저것 한 입에 다 집어삼킨다 불의 고리 터진 것가, 풀린 것가 유언 한 마디 못한 채 지구가 떨고 있다 바람 맞은 것가 화가 치밀어 올라온 것가 반신불수 된 내 할머니도 저러다 돌아가셨..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한두레 한두레 내가 근무하는 학교 맞은 편 삼층 콘크리트 건물 옥상에는 빨간 고무 다라이 뿌리 내린 고추 파 부추 가지 방울토마토 감자 상추 닥지닥지 붙어 살고 있다 울도 담도 없는 옥탑 방 둥지 삼아 찾아오는 참새 얘기 들어주고 따돌림 당한 아이들 눈빛 어루만지며 더불어 사는 세상 꿈..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청도 소싸움장 청도 소싸움장 선거유세장보다 더 뜨거운 꼭두각시 놀음판 도핑검사 마친 우공들의 기 싸움 소소하다 붉은 깃발 펄럭이자 소갈머리 없는 소들의 박수갈채 받으며 잔치마당 들어선 뿔난 소 두 마리 각을 맞대고 정중히 인사 나누더니 예각 자세로 신들린 듯 뿔 춤을 추어댄다 온몸에 피멍..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메르스 메르스 독감 행세하며 며칠 간 고열로 간을 보다 한 목숨 털어가는 사막의 불청객 치고 빠지는 수법이 은밀하다 마약 밀수꾼처럼 불특정 다수를 향해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이는 유언비어처럼 교묘히 헛소문 퍼뜨리며 돌아다니다 붙잡히면 오리발 내밀고 죽어도 살아 있는 변종 바이러..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덫에 걸린 아이들 덫에 걸린 아이들 2014년 4월 16일 10시경 급격히 기울고 있는 배 안에서 꼼짝하지 말라는 악마의 덫을 놓고 팬티바람으로 제일 먼저 빠져나오는 선장 보았는가, 편편이 부서지는 마음 조각조각들 찍어 보낸 아이들의 숨 가쁜 동영상을 들었는가, 날아온 헬리콥터가 구해줄 거라고 철썩 같..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흐르는 것도 죄인가 흐르는 것도 죄인가 기물파손죄에다 직무유기까지 덮어쓰고 억울하게 갇혀버린 낙동강 면회를 갔다 강물이 말문을 열었다 물은 물이다 편치 못한 마음 다 담은 물 길 따라 흘러왔고, 흐르고, 흘러갈 뿐 흐르는 것도 죄인가 찍혔다 물길 거스르는 낙동강 기미 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삽살개는 알고 있다 삽살개는 알고 있다 헌옷가지 하나라도 돈 내고 버려야 하는 세상 누군가 폐휴지 더미 속에다 음식물 쓰레기 몰래 버리고 갔다 마음쓰레기 분리수거하는 CCTV 난감한 표정 지으며 헛구역질하는 오후 기똥차게 냄새 맡은 삽살개 한 마리 주인을 만난 듯 꼬리 살랑살랑 흔들며 비닐봉지 주..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
저리다 저리다 위에서는 짓누르고 아래로는 눈치보고 어중간한 위치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나로서는 늘 딜레마다 교단에 수감된 지 30년 째 누웠거나 앉았다 일어서면 한쪽 다리에 전류 좍 흐른다 전기 고문이다 민주 투사처럼 항명을 하다가도 허리를 굽혀버린다 그러면 금세 정전 상태로 되돌.. ♧...참, 조용한 혁명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