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봉숭아 꽃잎 돌절구 / 장옥관 봉숭아 꽃잎 돌절구 장옥관 벌초하고 잠시 둘러본 옛집 감잎 수북한 장독대에 작은 돌절구 하나 숨어 있다 경상도 사투리처럼 우둘투둘한 돌절구 서툰 솜씨가 파놓은 못생긴 얼굴 두 손바닥으로 받쳐들고 보니 봉숭아 꽃잎 찧던 절구다 딸을 둔 아비가 틈날 때마다 파냈으리라 쌀보리도 .. ♧...참한詩 2015.02.03
[스크랩] 우두커니/ 박남희 우두커니 박남희 무 밭에 이르러 나를 우두커니 세워두고 무가 되었다 이파리만 푸르고 희디흰 몸은 맵거나 달았다 무는 뿌리로 말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으므로 나는 뿌리를 키웠다 이상하게도 뿌리 위로 이파리가 무성해져갔다 이파리에 무꽃이 달리고 나비가 날아들었을 때에야 .. ♧...참한詩 2014.12.23
[스크랩] 통닭 ㅡ 정호승 -통닭/정호승- 통닭이 내게 부처가 되라고 한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통닭을 먹으러 전기구이 통닭집에 갔더니 뜨거운 전기구이 오븐 속에 가부좌하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통닭이 내게 부처의 제자가 되라고 한다 부다가야에 가서 높푸른 보리수를 향해 엎드려 절을 해본 적은 있지만 .. ♧...참한詩 2014.12.22
[스크랩] 문인수 시편/ 피냄새 외 12편 문인수 시편 파냄새 노점 아주머니가 지금 부지런히 대파를 다듬고 있다. 아주머니한테 아직 묻어있는 色이 잠시 입을 가리며 킬킬킬 웃으며 오늘도 펑퍼짐한 몸 한 무더기를 털썩 낳아 놓았다. 어둑살 아래, 좌판 위에 쑥 쑥 뽑아놓는 대파, 파는 벗겨져 하얗게 가지런히 깔리고 건반 같.. ♧...참한詩 2014.11.12
[스크랩] 제22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ㅡ 체 게바라 만세 ㅡ 박정대 // 체 게바라 만세 박정대 희미하게 그대의 얼굴이 보일 정도면 된다 천창을 통해 별빛들이 쏟아지면 된다 선반에 쌓여 있는 약간의 먼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자 술을 마시는 날들을 위해 뜨거운 국물을 끓여낼 수 있으면 된다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금방 공기가 맑아지는 히말라야 근처.. ♧...참한詩 2014.11.08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1952~)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참한詩 2014.10.28
본적/공광규 본적 공광규 청양군수가 2014년 개별공시지가 결정통지문을 내가 사는 일산 주소로 보내왔다. 본적인 남양면 대봉리 653번지 지목이 옛날 초가집 두 채 자리여서 대지인 줄 알았는데 밭으로 되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와 여동생들이 고추와 맥문동을 심을 때 사금파리와 기왓장과 모.. ♧...참한詩 2014.10.28
포진/박숙이 포진 박숙이 그에게 잘못을 힐책하고 그만 마음에 물집이 생겼네 따끔따끔하고 쓰라린 것이 나를 깔짝깔짝 헤집네 물집을 터뜨리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며 절대 터뜨리지 말라는, 서서히 가라앉히라는 처방의 말 무시하고 헤집고 그를 향해 훌 터뜨리고 나니 아 내게 버.. ♧...참한詩 2014.10.23
봄비/고은 봄비 고은 아침 새소리로 하루의 날씨를 다 아셨지요 새소리 높기로 낮기로 빤드름히 아셨지요 새참 지나 한줄금 내리시겠구나 내일 모레까지 찔금찔금 오다 마다 하시겠구나 반가운 손님이면 오라는 비 좀 지겨운 손님이면 가랑가랑 가시라는 가랑비도 용케 아셨지요 비 오는 날이나 .. ♧...참한詩 2014.10.17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김재진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김재진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세우다 돌아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 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이키리. .. ♧...참한詩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