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려면/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 (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 ♧...참한詩 2015.11.06
죽도 시장 비린내 외 1편/문인수 죽도시장 비린내 문인수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 ♧...참한詩 2015.10.27
초당 두부가 오는 밤/문성해(제6회 시산맥작품상) 제6회 시산맥작품상 문성해 시인 수상 11월21일(토) 예술가의 집에서 시상식 열려 2015년 10월 23일 (금) 02:38:18 이우상 기자 press@sctoday.co.kr ▲2015' 제6회 시산맥작품상 수상자 문성해시인 2015년 전국 시산맥 행사가 오는 11월 21일(토) 오후 5시에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된다. 이날 시상식.. ♧...참한詩 2015.10.25
종례시간/도종환 종례시간 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기웃기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거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 ♧...참한詩 2015.10.14
들깻잎을 묶으며/유홍준 들깻잎을 묶으며 유홍준 추석 날, 어머니의 밭에서 동생네 식구들이랑 어울려 깻잎을 딴다 이것이 돈이라면 좋겠제 아우야 다발 또 다발 시퍼런 깻잎 묶으며 쓴웃음 날려보낸다 오늘은 철없는 어린것들이 밭고랑을 뛰어다니며 들깨 가지를 분질러도 야단치지 않으리라 가난에 찌들어 한.. ♧...참한詩 2015.10.08
지는 잎/이기철 지는 잎 이기철 나는 이 가을을 성큼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과 물속에 떠있는 물방개와 길섶의 앉은뱅이 꽃에 눈 맞추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버린 지푸라기 같은 세상사들, 그것들을 토닥여 잠재우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망 없이 피었다 진 들국화는 .. ♧...참한詩 2015.10.08
둥근 방/안도현 둥근 방 안도현 산길을 오르다가 입을 떡 벌린 채 혼자 나뒹구는 밤송이 하나 보았다 그 입속에 알밤이 세들어 살던 둥근 방이 있었다 알밤이 막 빠져나간 둥근 방은 빈 해안처럼 깊고 고요하였다 어머니는 자궁 들어내고 안동에서 혼자 살고 어머니가 십원짜리 고스톱 치러 친구집에 가.. ♧...참한詩 2015.09.30
수라/백석 수라 백석(1912~1995)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 ♧...참한詩 2015.09.26
한 솥 밥/문성해 한 솥 밥 문성해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 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참한詩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