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사인] 아카시아 아카시아 김사인 먼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누이여 ㅡ출처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 --------------------------------------------------- 봄바.. ♧...참한詩 2014.09.03
[스크랩] 문성해의 「취업일기」감상 / 정끝별 문성해의 「취업일기」감상 / 정끝별 취업일기 문성해 한전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주부검침원 자리를 부탁하려고 이력서를 들고 간다 그래도 바짝 하면 월 백이십에 공휴일은 쉬니 그만한 일자리도 없다 싶어 용기를 낸 길, 벌써 봄이라고 이 땅에 뿌리 를 박는 민들레 제비꽃 들, 그 조그.. ♧...참한詩 2014.09.02
살 흐르다/신달자 살 흐르다 신달자 거실에서는 소리의 입자들이 내리고 있다 살 흐르는 소리가 살 살 내리고 있다 30년 된 나무 의자도 모서리가 닮았다 300년 된 옛 책장은 온몸이 으깨어져 있다 그 살들 한마디 말없이 사라져 갔다 살 살 솰 솰 그 소리에 손 흔들어 주지 못했다 소리의 고요로 고요의 소리.. ♧...참한詩 2014.07.06
붉은 꽃/장옥관 붉은 꽃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 냄새처럼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나온 무명천에 .. ♧...참한詩 2014.04.08
강물/이성선 강물 이성선 새학기 교실에 지난해의 아이들이 가고 지난 해만한 아이들이 새로 들어왔다 떠들고 웃고 반짝인다 이 반짝임은 지난해에 그랬고 그 지난해도 그랬고 그 전해 그 내년에도 그럴것이다 이 교실은 해마다 요만한 애들이 앉았다 간다 웃고 떠들고 침묵하고 흘러간다 교실은 아.. ♧...참한詩 2014.02.27
봄/반칠환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않는가 ♧...참한詩 2014.01.22
선암사/정호승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참한詩 2014.01.21
줄탁/김지하 줄탁 김지하 저녁 몸속에 새파란 별이 뜬다 회음부에 뜬다 가슴 복판에 배꼽에 뇌 속에서도 뜬다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서 자란다 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사랑이여 탄생의 미묘한 때를 알려다오 껍질 깨고 나가리 박차고 나가 우주가 되리 부활하라. ♧...참한詩 2014.01.02
저녁 무렵/원무현 저녁 무렵 원무현 저물녘 해가 미루나무에 걸터앉아 햇살을 헹굽니다 어릴적 물고기가 빠져나간 손가락 사이로 노을, 노을이 올올이 풀려 떠내려갑니다 누런 광목천 하나로 사철을 건너신 어머니 어머니께 꼭 끊어드리고 싶었던 비단폭 같은 냇물을 움켜쥡니다 이제는 밥짓는 연기가 나.. ♧...참한詩 2013.12.30
가을 꽃/정호승 가을 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 ♧...참한詩 201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