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설날 아침 해바라기 한 대궁 떡국 받아먹는 집고양이 넘다보며 담 밖에서 세배를 한다 조간신문은 또 나에게 해바라기성 짓거리라고 대서특필하겠지 나는 오로지 딴눈 팔지 않고 올곧게 자라 굶주린 새들의 먹이나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목줄 타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구정물 같은 욕 .. ♧...행복 채널 2013.10.17
행복 채널 행복 채널 가끔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묏등에 염소 고삐 풀어놓고 술래잡기하며 뒹굴던 코흘리개 시절로 어머니 손잡고 산비탈 굽이굽이 돌아 외갓집 가는 길 어스름 서리하던 복숭나무 아래로 꽁보리밥 싸가는 게 부끄럽다고 생떼부리며 드러누웠던 골목길로 고주박이 한 짐 .. ♧...행복 채널 2013.10.17
꿀벌 사랑 꿀벌 사랑 철부지 바람둥이처럼 뾰족 혀 내밀고 누가 저토록 밤꽃들의 궁궐 속을 환히 들여다보나 갈바람 몰래몰래 핥은 화밀花蜜* 한가득 입에 넣고 밤새 씹고 또 씹고 수십 번도 더 되씹고 삭혀서 토해낸 꿀벌들의 사랑 얘기 누가 받아 적어둔 적 있는가 겨우내 먹고 살겠다고 아니, 하.. ♧...행복 채널 2013.10.17
조개의 맛 조개의 맛 대천 바닷가 조개구이집 노을에 석쇠 얹어놓고 바다 경전 펼친다 등급 매겨지는 동안 몸 달구는 조개들 바지락이 비비 막춤 꼬는 사이 모시조개는 지긋 혀를 빼문다 육집 좋은 소라가 궁전 밖을 배시시 내다보자 저쪽 끝의 가리비는 질금질금 부채로 얼굴을 가린다 참조개의 .. ♧...행복 채널 2013.10.17
비슬산 참꽃제 비슬산 참꽃제 봄바람이 보내준 우리들의 합동 결혼 청첩장 받아보셨나요 혼기 놓친 처녀총각 여러분 뻐꾹새 날아와 뻐꾹뻐꾹 뻑뻑꾹 축하 노래 부르는 비슬산 참꽃 합동 혼례식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그냥 빈손으로 오셔서 꽃물들인 연분홍 옷자락 휘날리며 웃음이나 한 보따리 부.. ♧...행복 채널 2013.10.17
참꽃 이야기 참꽃 이야기 해맑은 몸짓으로 거문고 잘 타는 아가씨가 비슬산에 있다는 소문 방방곡곡 파다하지요 아리따운 얼굴을 보려는 군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선다는데 나는 가슴이 답답하거든요 나를 꺾지 말라고 애원해도 심술궂은 손길 다가와 막무가내로 덤벼요 짓밟아 놓고 모른 체.. ♧...행복 채널 2013.10.17
삼강주막* 삼강주막* 바짓가랑이 쩍 벌리고 문지방 걸터앉아 담뱃재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옹벽에 나붙은 메뉴판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살아생전, 외상값은 그을음 꽉 낀 부엌 벽에다 그저 막걸리 한 사발은 짧은 세로 금 한 됫박은 긴 세로 금 외상을 갚으면 가로로 죽 그어버렸다는 사진 속 주모 .. ♧...행복 채널 2013.10.17
初夏의 주산지* 初夏의 주산지* 산기슭 한 폭 수채화 속으로 하늘다람쥐와 함께 걸어 들어간다 송기 갉아 먹힌 노송의 등에 업혀 칭얼대던 무당개구리 한 마리 그림 밖으로 마중 나와 연분홍물봉선화 치맛자락 훔쳐보는 내 눈길 잡아당기며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제 살아온 빛깔과 무게만큼 얼비친 연.. ♧...행복 채널 2013.10.17
빈집 빈집 내게는 집이 여러 채 있다 그중에 으뜸은 우주宇宙 한 모퉁이 분양받은 몸집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이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행복 채널 2013.10.17
지팡이․1 지팡이․1 낫살께나 먹었다고 유세부리지 말고 살어 석가모니 할아버지 한번 봐 수 억 겁이 지나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온 우주 품어 안은 채 가부좌 틀고 앉아 용맹정진하시잖아 밤이면 밤마다 태평양 베개 삼아 머리는 인도 쪽 가슴은 티베트 쪽 다리는 한국을 향하고 누워 와선도 하.. ♧...행복 채널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