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시인의 말 고된 시집살이 석삼년에 벙어리 시마 찾아와 두 번째 시집 보내준다기에, 단숨에 용한 점쟁이 찾아가 캐물었다. 귀머거리한테 시집갈 팔자란다. 그놈의 팔자 거스르며 나랑 여태 동거한 암세포들, 지금 사는 집 확 허물고 이 세상 버려진 것들 다 주워 담을 빈집 하나 지어 시상.. ♧...행복 채널 2013.10.17
목차 제 1부 행복 채널 시마 연 못 시계 귀한 똥 幼年情感 줄다리기 닭 잡았다! 설날 아침 행복 채널 꿀벌 사랑 조개의 맛 비슬산 참꽃제 참꽃 이야기 삼강주막 初夏의 주산지 제 2부 빈집 빈집 지팡이·1 지팡이·2 누에보살 산사음악회 수리수리마하수리 지산동 44호분 전철 안에서 낙동강 애.. ♧...행복 채널 2013.10.17
시마 시마 내게 신이 내렸다 걸신이 내렸다 굶주림 채우지 못해 언제나 허기진 염천을 떠돌던 글귀 한 아가리에 받아먹고 봇물처럼 차오른 말씀들 어디에 내려놓을까 무당 찾아 내림굿 할까 훠이 훠이 잡귀는 물러가고 싯귀만 남았거라 훠이 훠이 이 늘그막에 내게 글신이 내렸도다 ♧...행복 채널 2013.10.17
연 연 눈 내린 수목원 한 모퉁이서 연과 바람이 맞선을 본다 연지곤지 찍고 첫선 보러 나온 연 수줍은 듯 몸 배시시 꼬며 어쩔 줄 모른다 금세 바람의 눈빛이 풀린다 휘감긴 전생의 실타래 풀리듯 그녀 치맛자락이 펄럭인다 갈수록 팽팽해지는 연줄 행여, 새라도 한 마리 날아 앉아 허기진 줄.. ♧...행복 채널 2013.10.17
못 못 뿌리 없는 자식이라고 사랑도 못하나 포기하지 마,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은 벽이면 벽, 나무면 나무, 가슴이면 가슴 다 품어 안고 흐느끼는 마음의 빛깔일 뿐이야 정월 대보름 밤도 좋지 일렁이는 못가에 손 담그고 굳은 살 좀 벗겨봐 어깨 힘 빼고 날씬한 나의 몸매 톡, 톡 두들겨.. ♧...행복 채널 2013.10.17
시계 시계 나는 삼란성 세쌍둥이를 낳았지 내 자궁 속 같은 평수 세 들어 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녀석들 효심은 맥박 뛰는 속도와 비례할까 찾아오는 횟수와 반비례할까 한 시간 동안 막내둥이는 삼천육백 번이나 날 다녀가지 둘째 놈은 육십 번 맏이는 겨우 한번 찾아와 시침 뚝 떼고 가지 .. ♧...행복 채널 2013.10.17
귀한 똥 귀한 똥 보리죽 먹고 싼 똥장군을 지고 백의종군한 적 있다 장군이 떴다는 소문에 똥파리들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혓바닥 빼문 똥개도 꽁무니 졸졸 따라와 입맛 쭉쭉 다셨다 나는 입 꾹 다물고 철책 지키고 선 수숫대 가랑이 새로 장군의 똥 한 바가지씩 퍼부었다 첩자처럼 날아든 참새 똥.. ♧...행복 채널 2013.10.17
幼年情感 幼年情感 뿌리내린 볍씨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초가삼간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밤 아랫목 깊숙이 부엉이 울음소리 묻어둔 채 화롯가 빙 둘러앉아 생쥐 몰래 훔쳐온 고구마 구워먹던 그 시절 혓바닥 길게 내민 호롱불 군고구마 앗아먹듯 시치미 뚝 떼며 나의 터벅머리 핥고 간 사이 달팽.. ♧...행복 채널 2013.10.17
줄다리기 줄다리기 -88회 총동창회 펄럭이는 교기조차 숨죽인 본부석 앞 한 뱃속을 나온 팔팔한 탯줄 꿈틀꿈틀 등꽃 뒤적이던 바람 꼬셔 촘촘 얽혀 있다 캬아! 술맛 죽이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배배꼬며 살아온 자네도 한잔해봐 사는 일이 꼬이고 풀리는 것 아니더냐 끌려갔다 끌려오는 일 아니더.. ♧...행복 채널 2013.10.17
닭 잡았다! 닭 잡았다! 산북초등학교 88주년 총동창회 막이 오른다 꼬꼬닭을 잡는 시합을 한다 그늘만 찾던 씨암탉들도 홰를 치며 기세등등 벼르는 입술이 닭볏이다 닭장에서 풀려 나온 것이야 너나 나나 마찬가지 손도 없는 너희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 병아리가 웃을 일이지 볏 바짝 세운 48기 폐계.. ♧...행복 채널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