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2 지팡이․2 의상 스님 봉황산 중턱 잠시 머물다가 온다 간다 말 대신 꽂아둔 지팡이, 부석사 조사당 앞 골담초꽃으로 피어 계신다 여태 이슬 한 방울 받아먹지 않은 채 꼿꼿이 서서 내 주장자 물려받을 푸른 납자 어디 없냐고 할喝* 하시니 참나무 타고 내려온 다람쥐 보살 합장한 손에.. ♧...행복 채널 2013.10.17
누에보살 누에보살 뽕잎 공양을 하고 첫잠 든 개미누에 어둠의 동굴에 누워 윤회법문을 한다 이승저승 오고감은 한낱 성긴 발 위에서 몸 한번 바꾸는 일 알에서 깨어나 넉 잠을 자고 묵묵히 섶으로, 섶으로 기어올라 집 한 채 지었다 부서질 몸 그 몸속에서 진신사리 같은 비단실 자아내며 훨훨 성.. ♧...행복 채널 2013.10.17
산사음악회 산사음악회 유가사 시방루十方樓에서 가을 법석을 마련했다 석가모니불 지휘아래 천오백부처님 합창으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진다 시방허공세계 처처 계신 보살성문님 눈뜨느라 허허둥둥 야단이다 미련토록 가부좌 튼 미륵부처님 육중한 몸으로 용화전을 걸어 .. ♧...행복 채널 2013.10.17
수리수리마하수리 수리수리마하수리 남이 쓰든 거면 어때 구겨진 주름 펴고 쌓인 먼지 닦으며 수리하고 또 수리하고 마하 수리하다 보면 온 세상 맘이 다 내 것 될 날 있겠지 뭐 ♧...행복 채널 2013.10.17
지산동 44호분* 지산동 44호분*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순장무덤 입장료 몇 푼에 능의 문 스르르 열렸다 잠긴다 왕명 거역할 수 없어 무덤 속으로 산자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대가야 때도 이러했으리 텅 빈 덧널 아가리 떡 벌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터 딸린 돌방 고이 잠든 어린 소녀 깨워 물어볼까 .. ♧...행복 채널 2013.10.17
전철 안에서 전철 안에서 여든 살은 족히 된 할머니 한 분 꼬부랑 허리 지팡이 삼아 긴 동굴 속 걸어 들어와 무덤자리 찾은 듯 노약석에 기대서서 눈 감으신다 영정 사진 한 장 맞은 편 유리창에 걸렸다 한 송이 저승꽃 앞에서 일제히 고개 숙인 문상객들 떼무덤을 판다 ♧...행복 채널 2013.10.17
낙동강 낙동강 해인사 가는 길 낙동과 함께 출발하여 나란히 달렸다 고령 다리쯤 다다르자 가물가물 초점 풀어지는 낙동, 강변 딸기밭 때문이 아니었다 가슴 파헤치고 산발한 강 하나 떠내려가고 있었다 제 풀에 서러워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칠 백리 젖먹이 자식 놓쳐버린 어미처럼 뒤돌아.. ♧...행복 채널 2013.10.17
애벌레 애벌레 삼백 살은 족히 된 느티나무 한 그루 도성암 법당 앞에서 인연법문을 하신다 얘야, 혓바닥 길게 빼물고 천천히 내 머리꼭대기까지 기어 올라와 물구나무선 채로 땅바닥 한번 내려다 봐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하겠지만 가진 것 없이 낯선 세상 부딪히고 살아가려면 언제 어디서나 .. ♧...행복 채널 2013.10.17
지게 지게 가랑이 쩍 벌리고 가파른 언덕배기 홀로서는 법 네게 배웠지 저보다 무거운 짐 걸머지고 가볍게 버티는 법 네게 배웠지 바람 불어 휘청거리는 날 지겟작대기 곧추세우고 세 발로 걸어가는 법 무심코 알게 되었지 ♧...행복 채널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