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향수 슬픈 향수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지 낳지도 않은 송아지 잡히고 외상술 들이켜는 맛이 여물죽처럼 구수해보였지 흘러내린 과부젖가슴 훔쳐보며 질금질금 침 흘려도 집에 가.. ♧...행복 채널 2013.10.17
신 금수회의록 신 금수회의록 계엄령 내려진 세상 한 구석에서 소 돼지 닭 오리 새들이 모여앉아 긴급회의를 한다 여태 우리는 우바새 우바니들을 너무 믿고 살았소 저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찍어대며 그도 모자라 우리끼리 나눈 시시콜콜한 얘기조차 동물 보호라는 미명하에 도청하고 .. ♧...행복 채널 2013.10.17
신종 人플루 신종 人플루 행여, 누군가에 의해 몰래 복제된 신종 인간의 소행이면 어쩌나 몇 달 전 지구촌 한 모퉁이 슬몃 찾아온 불청객 어느새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다 종족 번식력이 강한 바이러스 족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이름과 주소조차 모르니 되돌.. ♧...행복 채널 2013.10.17
천안함 침몰 천안함 침몰 누가 잠든 바다를 건드렸다 길은 무너지고 배는 휘청거렸다 선수와 선미는 이산가족 되어 흩어졌고 바다는 그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육지는 섬이 되어 울렁거렸다 귀신 잡는다는 대한민국 해병, 그대들은 백령도 속살 후비며 어뢰비늘 벗기고 있는가 숨죽인 전우들의 전화번.. ♧...행복 채널 2013.10.17
거가대교 거가대교 부산과 거제도 사이 긴 배 한 척 떠있다 배 안에 4차선 도로가 나있고 그 위로 섬들이 달린다 바다물살 가르며 물고기가 운전을 하고 신호등 앞에서 갈매기들이 자원봉사 하는 거가대교 야, 여가 거가? 거시기, 이래 길어가꼬 똥오줌 마려우면 뺐다 넣다 우째 하노 오금 저리면 .. ♧...행복 채널 2013.10.17
새만금방조제 새만금방조제 부안-군산 간 갈라놓은 바닷길 물위에 떠있는 만리장성 같다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든 길이 파도를 탄다 휜 허리 쭉 펴고 넘실넘실 달리는 백삼십 리 길 발 동동 구르다 곧추서면 홀로 저 밑둥 돌부리께 가 닿을까 행여, 투기꾼 냄새라도 풍기면 어쩌나 갯벌에 살던 참소라.. ♧...행복 채널 2013.10.17
서해안 기름유출 서해안 기름유출 바다 속에서 누가 쿠데타를 일으켰나 물고기들의 숨이 가쁘다 모래사장으로 떠밀려나온 피조개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갯바위들의 혈색도 돌아오지 않는다 실신한 고깃배들이 응급실로 실려 간다 하룻밤 새 갈매기들의 꿈마저 무너져버린 서녘 태안泰安 앞바다 물때 맞.. ♧...행복 채널 2013.10.17
수능 하루 전 수능 하루 전 책들이 먼저 시험에 든다, 하느님의 뜻일까? 마대 속 어딘가 짓눌려 있을 성경책은 지금도 고통 받는 자들의 마음 위로하고 있을까 책들, 아무런 죄목도 없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양심수 같다 각진 계단 둘둘 굴러 내릴 때마다 붉은 수갑 찬 문장들이 뼈마디 사이로 절룩절룩 .. ♧...행복 채널 2013.10.17
수능시험장 수능시험장 묘목원에서 자란 나무들이 나무시장에 모여 흥정을 기다린다 높고 넓은 곳 향해 저마다 길을 내며 가지를 뻗지만 비바람 치고 멀미할 땐 피붙이조차 귀찮다 나무는 제 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바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무가 나무의자에 앉아 모가지를 친다 솎아내고 솎.. ♧...행복 채널 2013.10.17
교원평가제 교원평가제 교단이 술렁인다 창문 틈새를 비집은 바람 내 등을 툭 치고 달아난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아이들의 부모는 눈 부릅뜬 채 오늘도 새 바람을 외쳐대며 공장에서 부엌에서 어느 구멍가게 컴퓨터 앞에서 저마다의 셈법으로 버무린 점수 통쾌히 매겼을 것이다 교문 향해 달려.. ♧...행복 채널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