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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눈썹 / 장옥관

노래의 눈썹 장옥관 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 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참한詩 2023.01.28

리허설 / 변희수

리허설 변희수 곧 가 너는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하고 지금, 어디야 나는 태곳적부터 묻고 있는 사람 지금은 사거리를 지나고 있고 푸른 신호를 기다리고 있고 너는 어디든 지금과 함께 있으니까 곧 도착할 거라고 지금이 머물 처소에 대해서 말한다 지금이라면 충분한데 부재중입니다 지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돌이킬 수 있는 과오로 지금이 돌아온다면 처음 뵙겠습니다만 잘 부탁합니다 그런 인사를 나누려고 지금껏 기다려 왔습니다 재연만이 유일한 장소인 것처럼 말했다

♧...참한詩 2023.01.23

기도 / 최영철

기도 최영철 ​ 미사 시간에 한 아이가 미사 볼 때 제발 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나 조는 사이 하느님이 다녀가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무엇을 빌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는 그저께 집 나간 반달이가 부디 좋은 주인 만나 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구박받다 울며 돌아왔을 때 집 비우는 일 없게 해달라고 빌었다 저 아이에 비하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아 제발 무서운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잡아먹히더라도 개소주 같은 건 안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 시집 문지. 2010

♧...참한詩 202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