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윤동주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 ♧...참한詩 2011.03.10
담쟁이/도종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참한詩 2011.03.10
[스크랩] 가족 외 1편/ 박남희 가족 외 1편 박남희 날씨가 추워져서 옷을 여러 겹 껴입었다 맨 안의 옷을 가린 옷을 또 가리고 그 옷을 또 가린 옷이 외투라는 이름으로 걸어간다 외투 속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옷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함께 어디론가 간다 너무 많은 옷을 껴입은 외투는 쉽게 낡는다 그러고 보니 멀리 산.. ♧...참한詩 2011.03.10
[스크랩] 第3者/장이엽 第3者 장이엽 하루살이가 불빛을 향해 모여들면서 거미는 줄을 치기 시작했다. 거미줄에 잠자리가 걸려들고 나비가 잡혔다. 매미도 달랑거렸다. 불빛과 무관하던 새들이 행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벽기둥에 바짝 다가서기 위해 파득거리다가 거미를 낚아채거나 베란다 난간에 앉아 둥글게 말려 있는 .. ♧...참한詩 2011.03.09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 ♧...참한詩 2011.03.07
[스크랩] 오래된 농담 / 이재무 오래된 농담 / 이재무 -물은 본디 소리가 없다 물이 소리 있음은 곧 그 바닥이 고르지 못한 까닭 이다(『채근담』).내 고르지 못한 생의 바닥 때문에 물처럼 고요했던 그대 들이 내지른 그 모든 소란이여, 두루두루 미안하다. 바위의 허리에 매달려 소용돌이치며 크게 울고 있는 물방울은 어제 바닥이 .. ♧...참한詩 2011.03.07
오늘 하루/정일남 오늘 하루 / 정일남 사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미워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슬픔이 말없이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떠날 때 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들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말 한 마디 남겨두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떠나는 시간들 사노라면 모르는 사람과 만나 인사하고 인생을 얘기하는 그런 복된 .. ♧...참한詩 2011.03.05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유안진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유안진 슬퍼지는 날에는 어른들아 어른들아 아이로 돌아가자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가서 간밤에 떨어진 별똥 주우러 가자 사랑도 욕스러워 외로운 날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물어보자 개울가의 미나리아재비 물봉숭아 여린 꽃이 산기슭의 패랭이 엉겅퀴 .. ♧...참한詩 2011.03.01
봄바다/김사인 봄바다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참한詩 2011.02.26
북어/배우식 북어 배우식 사람한테 잡혀가도 입을 크게 벌리고만 있으면 산다고 아버지한테 귀 닳도록 들었습니다. 사람한테 잡혀가도 눈만 크게 부라리고만 있으면 사람들이 겁먹고 도망간다고, 눈을 똑바로 뜨고만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며 도망간다고 아버지한테 귀빠지게 들었습니다. 잘 보이지.. ♧...참한詩 201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