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최영철 막걸리 최영철 쌀뜨물 같은 이것 목마른 속을 뻥 뚫어 놓고 가는 이것 한두 잔에도 배가 든든한 이것 가슴이 더워져 오는 이것 신 김치 한 조각 노가리 한 쪽 손가락만 빨아도 탓하지 않는 이것 허옇다가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다가 벌컥벌컥 샘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이것 한 잔은 얼음 같고 세 잔은 불.. ♧...참한詩 2011.02.21
[스크랩]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최승자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 ♧...참한詩 2011.02.18
그릇/오세영 그릇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 ♧...참한詩 2011.02.16
[스크랩] [엄원태의 시와 함께] 밥 먹는 일 / 장옥관 [엄원태의 시와 함께] 밥 먹는 일 / 장옥관 큰 수술 받은 아내하고 둘이서 일요일 아침을 먹는다 모름지기 밥 먹는 일의 범상하지 않음이여, 지금 우리는 한차례 제사를 드리고 있다 생기 잃은 몸에 정성껏 공양을 드린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온 맘을 다해 청포 갖춰 입은 방아깨비처럼 절을 올린다 서.. ♧...참한詩 2011.02.15
[스크랩] [이규리의 시와 함께] 소 /김기택 [이규리의 시와 함께]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 ♧...참한詩 2011.02.15
[스크랩] 벨소리는 어디에서 오나 외 1편/ 김기택 벨소리는 어디에서 오나 외 1편 김기택 가슴속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핸드폰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허벅지에서 벨이 진동한다 핸드폰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허겁지겁 주머니와 가방을 열어 내장을 헤집고 허파와 심장을 뒤져 간신히 핸드폰을 꺼내 받으니 전화 온 게 없다 나한테 온 벨소리가 틀림없.. ♧...참한詩 2011.02.15
[스크랩] 대구 외 1편/ 문성해 대구 외 1편 문성해 명절이면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손톱이 하얀 동남아인들이 무리지어 제 나라 말로 지껄이며 돈도 마음껏 쓰면서 돌아다닌다 이 도시의 외곽에 기계부속품들로 흩어져 살다가 명절이면 텅 빈 도시를 접수한 듯 설치고 다닌다 가족에게 보낼 선물도 고르고 영화관도 가고 식당에도 .. ♧...참한詩 2011.02.15
황혼길/서정주 황혼길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구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구비 구비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히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구 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보 또랑물 인제는 제.. ♧...참한詩 2011.02.14
이파리 한 잎 외1편/박정원 이파리 한 잎 박정원 놓칠 게 뭐란 말인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을 놓은 게 아니라 놓아야만 될 것을 놓았는지도 모를 일, 하필 내가 보고 있는 그때 보내려고 막 작정했었는지도 모를 일, 보고 있다고 질 것이 지고, 지지 않을 것이 지지 않는 건 아닌데 서릿발 뒤집어쓰다가 그만 어미 손을 놓치고야마는 .. ♧...참한詩 2011.02.04
울음의 고리/박남희 울음의 고리 박남희 저녁에 이르면 하늘과 바다가 충혈된다 하늘은 바다를 보고 울고 바다는 하늘을 보고 운다 그것은 하늘과 바다가 운 것이 아니다 하늘 속의 구름이 울고 새가 운 것이고 바다 속의 물이 울고 물고기가 운 것이다 그 울음은 한밤을 지나 아침까지 계속된다 울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 ♧...참한詩 201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