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높이 / 사윤수 슬픔의 높이 사윤수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중년 여자가 운다 미세하게 흐느끼며 훌쩍훌쩍 콧물을 삼킨다 마음 아파 우시는가 몸이 아파 우시는가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뒤인지 모를, 휴대폰을 열어 들여다보고 휴대폰을 닫으며 고개 떨군다 그 속에 아픔이 저장되어 있.. ♧...참한詩 2019.10.18
'네' '넹' '넵' 사이… 의욕충만인가 립서비스인가 '네' '넹' '넵' 사이… 의욕충만인가 립서비스인가 입력 2019.10.05 03:00 [아무튼, 주말] 직장인 '넵病' 3266명의 고백 이미지 크게보기일러스트= 안병현 "어제 말한 보고서, 내일 아침까지 준비할 수 있나요?" 룰루랄라 퇴근 모드이던 직원 A, B, C에게 이런 메신저가 날아든다. 발신자는 부장. 문구.. ♧...자료&꺼리 2019.10.05
새빨간 거짓말 / 박이화 새빨간 거짓말 박이화 먹다 보면 껍질만 남는 것이 석류다 먹으면 먹을수록 새빨간 껍질만 쌓이는 사랑하고부터 거짓말도 늘었다 생각만 해도 신트림 끄윽 괴는 그 새콤달콤한 말 들키지 않으려 석류처럼 석류꽃처럼 내 입술도 반지르르 붉어졌다 익다 보면 제풀에 단내 쩌억 풍기는 벗.. ♧...참한詩 2019.10.04
마음녀석 마음녀석 늘 분주하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밤낮 어딜 그리 돌아다닌다 이놈아, 밥값 내놔라 빈둥빈둥 놀고먹지만 말고 툭하면, 욱하고 뛰쳐나가는 녀석 버르장머리 뜯어고치겠다고 덩달아 버럭 화를 내다 보면 고놈의 성질머리는 오간데 없고 내 빚만 덩그러니 남는다 다시는 속지 말아.. ♧...발표작 2019.09.22
참꽃 참꽃 4월만 되면 터져 나오는 참 꽃은 거짓말처럼 아래에서 위로 피었다 지고 만다 선거철만 되면 터져 나오는 거짓 공약은 참말처럼 위에서 아래로 번지다 사라지고 만다 고, 말들이 참인지 거짓인지 언제부턴가 따져봐야겠다고 벼르고 벼르다 안개, 아니 암괴 암암리 들어박힌 골 지나 .. ♧...발표작 2019.09.22
목욕탕에서 / 박숙이 목욕탕에서 박숙이 네 살배기 사내아이가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새파란 때타월을 반은 쥐고 반은 흘리면서 해죽해죽 웃으면서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아이쿠, 내 새끼, 잘도 미네. 요 이쁜 내 새끼…….’ 아이의 볼에, 아이의 입에, 쪽쪽 소리가 찰지게 달라붙는다 엄마는 간.. ♧...참한詩 2019.09.15
흰 것에는 비명이 있다 / 박미란 흰 것에는 비명이 있다 박미란 목련이 핀다 살아야한다고, 잘 살아야한다고 누구 하나 돌보지 않아도 맹렬히 허공을 물어뜯던 저 꽃 듬성듬성 털이 빠진 채 터져 나오는 비명을 제 손으로 틀어막던 때도 끝이 났다 우우우, 희망을 버리면 얼마나 찬란히 몸져누울 수 있는지 당신은 알지 날.. ♧...참한詩 2019.09.03
저녁의 퇴고 / 길상호 저녁의 퇴고 길상호 앉은뱅이 밥상을 펴고 시 한 편 다듬는 저녁, 햇살이 길게 목을 빼고 와 겸상으로 앉는다 젓가락도 없이 시 한 줄을 쭈욱, 뽑아들더니 허겁지겁 씹기 시작한다 너무 딱딱한 단어 몇 개 가시처럼 발라내놓고 익지 않은 수사들은 퉤퉤 뱉어내놓고, 넘길 게 하나 없었는지.. ♧...참한詩 2019.08.31
패 패 편을 갈라 화투를 치다 보면 패가 잘 풀리는 사람과 한 편이 되는 날은 이 눈치 저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푹 무질고 앉아 싸 붙이고는 엉덩이만 들썩여도 돈이 절로 굴러 들어온다 패라는 게 그렇다 꽃놀이패에 걸려 패싸움을 하다가도 팻감이 없으면 한 방에 폐가망신 해버리기도 하고 패거리도 그렇다 얼씬 보기엔 반상 최대의 패처럼 보여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 패거리 저 패거리 기웃거려 보는 거다 별 밑천 없이 들락날락하기도 편하고 급할 시는 그 패를 마패처럼 내밀어 은근슬쩍 방패막이로 써먹기도 하고 팻감이 궁할 땐 이 패에서 저 패로 저 패에서 이 패로 철새처럼 줄줄이 옮겨 다니면서 늘상 화기애애한 척 돌돌 뭉쳐 돌아다니며 놀고먹기엔 딱 그저 그만이다 패가 폐가 되는 줄도 모르고 패거리가 난무하는 세상 한 .. ♧...발표작 2019.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