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식사/정일근 아름다운 식사 정일근 밥집에 가면 국과 밥 따로 먹는 시인 알고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한 그릇의 국 다 비운 뒤 비로소 밥 먹는 시인의 식사법에서, 아름답습니다! 국은 국으로 밥은 밥으로 대접 받습니다. 세상의 식사법은 국에 밥 말거나, 급하게 밥만 먹는 요란스러운 숟가락질뿐입니.. ♧...참한詩 2019.03.09
도끼/안도현 도끼 안도현 도끼 한 자루를 샀다 눈썹이 잘 생긴 놈이다 이 놈을 마루 밑에 밀어 넣어두고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드디어 도끼를 가졌노라, 세상을 명쾌하게 두 쪽으로 가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살아가다 내 정수리에 번갯불 같은 도끼 날이 내려온다 해도 이제는 피하 지 않으.. ♧...참한詩 2019.03.09
불멸의 통속/박이화 불멸의 통속박이화 화투를 치다 보면 꽃놀이패도 아니지만 똥패도 아닌 패를 잡을 때가 있다. 던지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들고 있어봐야 별 뾰족한 수가 날 것 같지도 않은 바로 사람 잡는 패다. 눈 질끈 감고 버릴 수 있을 때 버리고 죽을 수 있는 판은 차라리 다행이고 행운이다. 죽어야 .. ♧...참한詩 2019.03.09
씨/시, 앗! 씨/시, 앗! 섣달그믐밤 연탄 한 장 피워놓고 골방에 누워 감 홍시 하나 물컹 삼켰더니 고놈의 씨가 목구멍에 걸려 넘기지도 토하지도 못하고 밤새 끙끙거리다 시가 되어버렸다 것도 모르고 날로 꼴깍 삼킨 시 명치에 딱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고놈의 시를 살려봐야겠다고 용을 쓰고 있는.. ♧...발표작 2019.03.08
낮달/장옥관 낮달 장옥관 재취 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어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물끄러미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 ♧...참한詩 2019.03.01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송종규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송종규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동안 당신은 태산처럼 커졌지만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 짓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당신을 떠올려도 나는 이제 목이 메이지 않는다 우주 저편에서부터 기적처럼 저녁이 당도했고 그 봄날 나비처럼 사뿐히 당.. ♧...참한詩 2019.02.25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몇 가지 방법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몇 가지 방법 범속한 사물과 일상 속에서 생의 의미를 들여다보고자 갈망하는 이들이야말로 시인이다. 그들은 이 겨울 산야에서도 상고대며 설화며 인동초며 동백꽃 등 갖가지 꽃들이 風光 속에서 눈부시게 명멸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가만히 시를 기원한다. 세.. ♧...자료&꺼리 2019.02.16
시에 대한 스눕적 접근과 스누핑의 시 읽기/김기덕 시인 시에 대한 스눕적 접근과 스누핑의 시 읽기 김기덕 시인 당신의 흔적이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늘어놓은 다양한 단서들을 통해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힘 .. ♧...기사 및 해설 2019.02.10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시니피앙·시니피에 표현되어진 기호가 시니피앙이라면, 시니피에는 그 기호가 의미하는 내용을 가리킨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기호는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표시로 간주되며 사물과의 필연적인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소쉬르는 기호란 .. ♧...자료&꺼리 2019.02.09
우리에게 가능한 시 : 2019 신춘문예 시 리뷰/신용목 창비주간논평] 2019.1.9 우리에게 가능한 시 : 2019 신춘문예 시 리뷰 신용목 신춘문예라고 해서 꼭 ‘다름’이나 ‘새로움’ 같은 말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기왕을 기준으로 하여 그 나머지를 승인하려는 전유의 욕망일 수도 있으니. 내가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으며 느낀 답.. ♧...자료&꺼리 201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