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문정희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 ♧...참한詩 2018.12.06
달항아리/박병대 달항아리 박병대 너는 흙의 자식이다 허공을 끌어들여 더도 덜도 없는 어둠으로 드난살이 설움 가득한 순한 마음을 본다 달처럼 은은한 모습에 절로 평안하여 네 안에 내가 있노라 고백하노니 품고 있는 검은 달이 나인 줄 알아라 나도 흙의 자식이다 고요를 끌어들여 생명을 보듬고 허.. ♧...참한詩 2018.12.06
발칙한 혀는 없다/변희수 발칙한 혀는 없다 변희수 터질듯 말듯 샘물처럼 입안에서만 뱅뱅 맴도는 말이 있다 누구는 그룹가수can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사이다라고 했다가 급기야 콜라! 라고 외쳤다는데 can을 뚫고 나온 말이 쏟아진 거품처럼 깔깔거리던 밤이었다 시장 좌판에서 평생 나물만 팔아온 할머니도.. ♧...참한詩 2018.12.03
하산/박숙이 하산 박숙이 오를 때와는 달리 땀방울을 닦으며 훨훨 내려가는 그대 뒷모습이 한 마리 새 같기도 하고 짜안하기도 하고 몇십 년이나 정이 들었던 압박감의 구두 대신 편안한 운동화에 목을 조르는 넥타이 대신 땀을 닦는 수건 한 장, 그 수건 한 장이 지난날을 흠뻑 닦아내며 환하게 웃는.. ♧...참한詩 2018.12.01
침묵은 금이 간다/서하 침묵은 금이 간다 서하 해바라기를 집에 두면 부자가 된다는데 식탁 위 화병에 꽂혀 있는 천성이 造花인 그는 침묵이다 그 옆에 보초선 술병, 실눈으로 째려보며 너거 아부지가 먼저 죽어야 될 낀데 머리숱이 빠져 가르마도 없는 엄마는 자식이 가져간 전복죽을 먹으며 무슨 든든한 지원.. ♧...참한詩 2018.11.29
로그인/박지웅 로그인 박지웅 이처럼 성급하게 자라나는 식물을 본 적 없으니 말은 씨가 되고 그 씨는 마땅한 목적을 향해 줄기 뻗지 숙주의 귓속에서 자라나 입 밖으로 줄기 내면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지 숨고 조롱하고 날조하는 변태를 거친 뒤 소리 소문도 없이 실컷 교미하지 심지어 아무 말 뒤.. ♧...참한詩 2018.11.26
시 창작의 비법은 없다/박재삼 시 창작의 비법은 없다 박재삼 인간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방황하는 것이라고 괴테는 말했다. 언뜻 들으면 모순된 말 같지만 결코 모순된 표현이 아니다. 방황한다는 의미는 쓸데없이 헤매며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찾아서 모색하는 것이며, 어느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 ♧...자료&꺼리 2018.11.26
[스크랩] 이기철 시인과 함께하는 시낭송의 향기 여는 시 - 이기철 /근심을 지펴 밥을 짓는다 박영선 회장 꽃씨 떨어지는 세상으로 내려가 꽃씨보다 더 작게 살고 싶었다 나뭇잎이 지면서 남긴 이야기를 모아 동화를 쓰고 병에서 깨어나는 사람의 엷은 미소를 보며 시를 쓰고 싶었다 저 혼자 나들이 간 마음의 날개가 찢겨 돌아올 때마다 .. ♧...낭송시 영상시 2018.11.21
제3회 미당문학 신인 작품상-돌탑 외 4편/ 김건희 돌탑 김건희 노을의 혀가 차오르는 강물에게 건네는 말 차곡차곡 씹어 올리다 보면 돌탑이 된다 닳아 가는 말 알아들어 포개어지는 말 알아들어 한 권의 시집을 엮을 수 있다면 내 입술은 너의 바닥을 제대로 읽었다 말할 수 있으리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 노을 서.. ♧...신춘문예,수상작 2018.11.19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이정록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이정록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 쪼가리를 숨겨오다 북측 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서 이게 뭔 꼬락서닌가 콩당콩당 분단 반세기보다도 길다 "시인이십네까.. ♧...참한詩 201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