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읽고 있다(외 4편)/배영옥 누군가 나를 읽고 있다 (외 4편) 배영옥 움직임이 정지된 복사기 속을 들여다본다 사각형의 투명한 내부는 저마다의 어둠을 껴안고 단단히 굳어 있다 숙면에 든 저 어둠을 깨우려면 먼저 전원 플러그를 연결하고 감전되어 흐르는 열기를 기다려야 한다 예열되는 시간의 만만찮음을 견딜 .. ♧...참한詩 2018.10.22
단풍/이외수 단풍 /이외수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져서 살.. ♧...참한詩 2018.10.16
달성문인협회 인준 비화/김욱진 달성문인협회 인준 비화 김욱진(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2대 회장) 문학은 개인의 내면적 능력에서 발휘되는 정신적 산물이다. 그 정신은 양심의 자유를 부르짖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개인은 저마다의 양심을 가족-이웃-사회-국가로 확산시켜 가야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그것을 공유하고.. ♧...자료&꺼리 2018.10.15
풀꽃/나태주 풀꽃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풀꽃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 ♧...참한詩 2018.10.15
샘물/김달진 샘물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地球)의 섬 우에 앉았다. ♧...참한詩 2018.10.06
뗀다 에서 든다 까지/박언숙 뗀다 에서 든다 까지 박언숙 젖을 먹는 새끼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어미가 젖을 주다가 벌떡 일어서는 것이다 입에 물고 있는 젖꼭지가 영원히 제 차지가 아님을 알아야 되는 때가 왔다는 것 어미는 슬슬 젖 뗄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젖은 어미 것이지만 잠깐 젖먹이들 빌린 것이라 먹어.. ♧...참한詩 2018.10.02
2018 시문학 9월호 이달의 문제작-김욱진『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에 대한 스눕적 접근과 스누핑의 시 읽기-김기덕 시인 시집 한 권 냈다고 팔십 평생 땅뙈기 일구고 산 오촌 당숙께 보내드렸더니 달포 만에 답이 왔다 까막눈한테 뭘 이래 마이 지어 보냈노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를, 우린 시래기 국만 끓여먹고 살아도 배부른데 허기야, 물 주고 거름 .. ♧...기사 및 해설 2018.10.02
나비물/유종서-2018년 제19회 천강문학상 대상 나비물 유종서 박수소리를 듣는다 그 수도가 박힌 마당은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콸콸콸 물의 박수를 쳐준다 꾸지람을 듣고 온 날에도 그늘이 없는 박수소리에 손을 담그고 저녁별을 바라는 일은 늡늡했다 그런 천연의 박수가 담긴 대얏물에 아버지가 세수를 하면 살비듬이 뜬 그 물에 할.. ♧...신춘문예,수상작 2018.09.30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안도현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 ♧...참한詩 2018.09.30
불혹의 추석/천상병 불혹의 추석 천상병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마는,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폿집.. ♧...참한詩 2018.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