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씨의 특권/이진우 보통 씨의 특권 이진우 마르크스 호텔에서 일어나 체 게바라 공장에서 시가를 사고 카스트로 커피농장에서 사진을 찍고 마오쩌둥 카페에서 럼주를 마시며 호찌민 거리의 늙은 기타리스트에게 동전을 던지는 자본주의자 보통 씨는 담벼락에 페인트로 주소를 쓴 언덕 위 판자촌 사람들을 .. ♧...참한詩 2018.08.10
노자의 시창작 강의/이진우 노자의 시창작 강의 이진우 아름답다 말하는 시는 추하고 한목소리로 좋다는 시는 나쁘다 한눈에 읽히는 시는 믿을 수 없고 믿으라는 시는 두 번 읽히지 않는다 착하다고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니고 시를 잘 쓴다고 착하지 않다 지혜롭다고 시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시를 많이 안다고 .. ♧...참한詩 2018.08.09
나는 개에게 줄을 세우지 않았으나/이진우 나는 개에게 줄을 세우지 않았으나 이진우 개새끼들이 알아서 줄을 선다 개새끼들만 아는 개새끼들의 서열 제일 크고 우락부락한 개새끼 눈치 잘 보고 토실한 개새끼 토실한 놈 눈치 보는 개새끼 눈치 보는 개새끼를 감시하는 개새끼 그 뒤에 빌어먹지도 못하고 드러누운 개새끼 어떤 개.. ♧...참한詩 2018.08.09
매미/황동규 매미 황동규 저 매미 소리 어깨에 날개 해달기 위해 십여 년을 땅속에서 기어다닌 저 매미의 소리 어깨 서늘한, 나도 쉰 몇 해를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매년 이삿짐을 싸들고 전셋집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꿈틀대며 울기도 고개 쳐들고 소리치기도 했다. 어두운 봄꽃도 환한 가을산도 있었.. ♧...참한詩 2018.08.09
나이/김재진 나이 김재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 ♧...참한詩 2018.08.05
뜨거운 밤/안도현 뜨거운 밤 안도현 아,고 잡거들이 말이여, 불도 한점 없는 거 뭣이냐 깜깜한 묏등 가에서 둘이서 불이 붙어가지고는 누가 왔는지, 누가 지나가는지, 누가 쳐다보는지 모르고 말이여, 여치는 싸랑싸랑 울어댓쌓는디 내가 어떻게나 놀라부럿는가 첨에는 참말로 귀신들이 아닌가 싶어 대가.. ♧...참한詩 2018.08.05
열대야/김신용 열대야 김신용 그 반딧불이가 찾아온 날은, 캄캄한 밤이었다 창문 다 열어놓고, 간신히 걸친 등거리도 벗고 거실 마루에 누워 잠 청하던 밤이었다 처음 나는 그것이 어디서 반사된, 아니, 내 비문증 때문인 줄 알았다 먼 곳에서 켜진 성냥불처럼 반짝이던 것 어두운 풀숲 속의 작은 달개비.. ♧...참한詩 2018.08.05
머리맡에 대하여/이정록 머리맡에 대하여 이정록 1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머리맡이 있지요 기저귀 놓였던 자리 이웃과 일가친척의 무릎이 다소곳 모여 축복의 말씀을 내려놓던 자리에서 머리맡은 떠나지 않아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던 첫사랑 때나 온갖 문장을 불러들이던 짝사랑 때에도 함께 밤을 새웠지요 .. ♧...참한詩 2018.08.05
백석, 자야, 그리고 법정스님 백석, 자야, 그리고 법정스님 오늘 법정스님이 입적했다. 그 분의 종교적인 깊이야 소인배인 내가 알기는 어렵지만 국어를 가르치는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익숙한 분이라서 가슴 한켠이 쓰렸다. 삶과 죽음은 이미 우리네 소관이 아니지만 마음에 소중한 분들이 한 분씩 떠나간다는 사실이 .. ♧...자료&꺼리 2018.08.02
도보다리 위에서/김욱진-제49회 한민족 통일문예제전 우수상 도보다리 위에서 김욱진 60대 중반 노신사와 30대 중반 젊은이 딱 한 세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나로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노신사가 30년을 접어주고 만나는 셈이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거라 생각다가도 핵카드 한 장 숨겨두고 큰소리 뻥뻥 치던 젊은이가.. ♧...신춘문예,수상작 201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