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백색소음/이다희 백색소음 이다희 조용히 눈을 떠요, 눈을 뜰 때에는 조용히 뜹니다. 눈꺼풀이 하는 일은 소란스럽지 않아요. 물건들이 어렴픗 한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길로 오래 더듬으면 덩어리에 날이 생기죠. 나는 물건들과의 이러한 친교에 순응하는 편입니다 벽에 붙은 선반에 대하여, 나.. ♧...신춘문예,수상작 2017.10.08
제17회미당문학상-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박상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박상순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목요일부턴 안 와요. 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수요일에 나랑 해요. 꼭, 그러니까 수요일에 여기서 … 무궁무진한 봄, 무궁무진한 밤, 무궁무진한 고양이, 무궁무진한 개구리, 무궁무진한 고양이들이 사.. ♧...신춘문예,수상작 2017.09.24
2017천강문학상 동시 당선작-흔들의자 외 2편/임창아 흔들의자 임창아 흔들리고 있는 의자가 있다 누군가를 흔들어 주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중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심심히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 앉았다 간 후에도 잘 가라고 삐거덕 삐거덕 저를 흔들고 있다 뒷짐지고 아빠 흉내 내는 동생같이, 중심잡기 위해 낮잠을 자면서.. ♧...신춘문예,수상작 2017.09.21
19회 수주문학상 수상작-누에/장유정 누에 장유정 수백 년 전 누에의 분묘가 발굴되었다 모서리죽임 같이 흙으로 쌓아올린 사각기둥 실을 짓던 시간들이 뭉쳐있었다 무한한 옷 한 벌 품은 실들이 껍질 속에 있었다 집을 바라는 열의의 모형처럼 타임캡슐엔 우주에 관련한 보고서도 발견되었다 집 한 채 따로 들고 나앉듯 방.. ♧...신춘문예,수상작 2017.09.11
시계/김남조-2017년 29회 정지용 문학상 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 ♧...신춘문예,수상작 2017.04.24
봄밤/권혁웅-2012 미당문학상 수상작 봄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 ♧...신춘문예,수상작 2017.04.09
[스크랩]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시부문)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시부문) 허튼 생각 / 놀이터 2017.01.02. 17:46 http://blog.naver.com/n_o_9/220900839966 번역하기 전용뷰어 보기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시부문) 갈라파고스 김태인 어둠이 입술에 닿자 몸 안의 단어들이 수척해졌다 야윈 몸을 안고 섬 밖을 나갔다가 새벽이 오면 회귀.. ♧...신춘문예,수상작 2017.01.15
2017조선일보 신춘문예-애인/유수연 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 ♧...신춘문예,수상작 2017.01.05
파리/김오늘-2016천강문학상 우수상 파리 김오늘 그냥 천장에 거꾸로 붙어 서서 조용히 손이나 비비고 있었더라면 간당거리는 파리 목숨 며칠 연장했을는지 모른다 초대장도 없이 파리는 파티복도 입지 않고 맨 손에 두 폭 망토 휘날리며 감히 천장의 상들리에 찝쩍거렸다 어설픈 춤사위 부추기며 하얗게 흐르는 시나위 장.. ♧...신춘문예,수상작 2016.12.27
현고수/박형권-2016천강문학상 최우수상 현고수 박형권 나는 북을 걸어둔 느티나무다 몇 발자국 뒤의 생가에서 나와 둥두둥! 북을 두드리는 마흔 살 선비다 그 선비의 붉은 칠릭이어서 뿌듯하다 육백년을 살았어도 불혹의 깊은 속을 다 읽지는 못하지만 선비와 나는 한 몸이다 나는 성리학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되었고 별시문과.. ♧...신춘문예,수상작 201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