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설날 설이, 설익은 설이 감나무골 둥지 틀고 사는 까치네 동네까지 설설 왔네요 까치발 들고 이 집 저 집 묵은 세배하며 돌아다니던 섣달그믐날 까치는 장돌뱅이 김 영감네 처마 밑 서리서리 엮어둔 과메기 한 동가리 쪼아 먹고, 꾸벅 옆집 꼬부랑 할머니 장독대 위 정안수처럼 떠놓은 감주 한 모금 고수레하듯 던져준 콩강정 한 조각 받아먹고, 꾸벅꾸벅 봉당에 벗어둔 꼬마아이 코고무신 한번 신어보고도, 꾸벅 오늘은 우리우리 설날이라며 마냥 설레던 밤 잠자면 눈썹 센다고 온 동네 소꿉친구 다 모여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천두만두 두만두… 각설이 타령하듯 흥얼거리며 밤새 잠 설쳐댄 까치 설날 이 설도 머잖아 눈 녹듯 사라져버리겠지요 (2022대구문학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