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김욱진 개와 개나리 사이 무슨 연분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아파트 담벼락 활짝 핀 개나리 앞에서 산책 나온 개 두 마리 난리를 치네요 멀건 대낮 입마개한 사람들은 벚꽃 벗고-옷 그러며 지나가는데 누런 수캐는 혀를 빼물고 꽁무니 빼는 암캐 등에 확 올라탑니다 개 나리, 난 나리 쏙 빼닮은 개를 낳고 싶어요 코로나로 들끓는 이 난리 통에도, 참 사랑은 싹이 트네요 개 난리 통에 개나리는 참 난감했겠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성이 차지 않은 게 어디 걔들뿐이었겠습니까 마는 사정없이 떠나는 봄도 어지간히 다급했나 봅니다 (2022 시인부락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