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말/천양희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 ♧...참한詩 2010.11.04
詩論, 입맞춤 / 이화은 詩論, 입맞춤 이화은 여자는 키스할 때마다 그것이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는데 남자는 군데군데 눈을 떠 속눈썹의 떨림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며 풍경의 변화와 춤추는 체온의 곡선까지 꼼꼼히 체크한다고 하니 누가 시인일까 독.. ♧...참한詩 2010.10.31
빈집의 약속/문태준 빈집의 약속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 ♧...참한詩 2010.10.29
나의 독수리/송수권 나의 독수리 송수권 울지 마라 나의 독수리 저 미루나무 끝에 표백된 너의 그림자 한낮의 정적 속에 기대어 한 정적을 들여다보며 너도 너를 의심할 때가 있구나 사나운 부리엔 아직도 피가 마르지 않았는데 저 허공을 지나오며 네가 할퀴었던 자국 너의 날개치는 소리에 허공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아.. ♧...참한詩 2010.10.29
석류/안도현 석류 안도현 마당가에 석류나무 한 그루를 심고 나서 나도 지구 위에다 나무 한 그루를 심었노라, 나는 좋아서 입을 다물 줄 몰랐지요. 그때부터 내 몸은 근지럽기 시작했는데요. 나한테 보라는 듯이 석류나무도 제 몸을 마구 긁는 것이었어요. 새 잎을 피워 올리면서도 참지 못하고 몸을 긁는 통에 결.. ♧...참한詩 2010.10.28
공양 외 5편/안도현 공양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두 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독거 안도현 나는 능선을 타고 앉은 .. ♧...참한詩 2010.10.27
시월/황동규 시월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 ♧...참한詩 2010.10.25
슬퍼할 수 없는 것/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없이 눈은 녹고 나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참한詩 2010.10.14
하류/이건청 하류 이건청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 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머리를 두고 잠이 .. ♧...참한詩 2010.10.14
한/박재삼 한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참한詩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