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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법문 / 김욱진

선사 법문-이만翁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에 가면2만 년 전 살던 고인돌사람 한 분 모로 누워계신다얼마 전 코로나 예방주사도 맞고입마개도 하고 있더니만오늘은 대한민국 0.72 라는 명패 달고눈물을 흘리고 있네헐, 저게 뭐지0.72가 이름일 리는 만무하고시력이 0.72란 말인가그럼, 안경을 씌워뒀을 텐데 것도 아니고차 쌩쌩 달리는 길섶에서환생한 고인돌이 눈물까지 보이고아, 이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터언저리 선사시대 사람들 만나 여쭤봐야지죽음이 살아 숨 쉬는 골목 한 모퉁이무덤 앞에 서있는 돌이 눈에 띈다선돌마다 새겨진 그림, 자는 또 뭐지다짜고짜 팻말에 적힌 자한테 물어보니이 암각화 속엔 다산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네그래, 맞아요즘 사람들 아이 낳지 않는다는 소식 듣고속..

카테고리 없음 2024.10.22

공짜로 / 김욱진

공짜로김욱진 나, 이 세상 태어나보니공기도 공짜로 마시고햇볕도 공짜로 쬐고달님별님도 공짜로 보고땅도 공짜로 걷고꽃향기도 공짜로 맡고새소리도 공짜로 듣고생각도 공짜로 하고꿈도 공짜로 꾸고나도 공짜로 먹고이젠 이도 공짜로 심고지하철도 공짜로 타고머잖아 하늘나라도 공짜로 가고허 참, 공짜를 空자로 읽고 보니공짜로 머문 지금, 여기가진짜 나의 우주일세 그려 (2024 시인부락 겨울호)

♧...발표작 2024.10.22

발이 하는 말 / 김욱진

발이 하는 말 아, 어디쯤일까길을 걷다폐휴지 한 리어카 싣고언덕길 오르는 맨발을 보았다, 나는들었다, 발이 하는 말을발가락은 바짝 오므리고 뒤꿈치는 쳐들고그래도 뒤로 밀려 내려가거든헛발질하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혓바닥 죽 빼물고 땅바닥 내려다봐써레질하는 소처럼발바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바닥과 바닥은 통하는 법이야그래, 맞아둘이 하나 된 바닥은 바닥 아닌 바닥이지손바닥처럼 그냥 가닿는 대로가닿은 그곳이 바닥이니까여기, 지금, 나는바닥 아닌 바닥에서보이지 않는 발바닥을 보았고바닥없는 바닥아슬아슬 가닿은 발바닥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소리 들었다비 오듯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로리어카 바퀴가 미끄러져 내려갈 적마다발바닥은 시험에 들었다땀 한 방울 닿았을 뿐인데그 바닥은 난생처음 가닿은 바닥발가락과 발뒤꿈치는..

♧...발표작 2024.10.22

잊음 / 김륭

잊음김륭    그녀는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   나는 이런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고 기다렸다는 듯 난간이 생긴다 나는 누워있고, 그녀는 생선과 함께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서있다   그러나 어떤 고요는 말이 아니라 살이어서 그녀는 생선과 모종의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몸에서 비릿하게 흘러나오는 고백의 냄새를 맡는다 그녀가 울고 있다 가라앉고 있다 그녀의 생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사물들이 물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사히 가라앉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생선을 낳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나는 석쇠 위의 생선처럼 몸을 뒤틀며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녀가 메기나 미꾸라지처럼 좀 기분 나쁘게 생긴 어떤 남자가 아니라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는 ..

♧...참한詩 2024.10.14

획일화에 대하여 / 오승강

획일화에 대하여오승강  개펄을 걷는 저 게들산지사방 어딘가로 바삐 가고 있다옆으로 옆으로걸음이 참으로 일사불란하다누군가 구렁을 붙이는 것도 아닌데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속도똑같은 몸짓 똑같은 집게발크기는 달라도 온전한 질서 정연이다허튼 모습도 없다개펄을 걷는 저 작은 게들똑같이 걷는 모습이우습게 보이던 걸음이당연했던 것들이문득 무섭다 소름이 돋았다

♧...참한詩 2024.10.03

우리는 왜 불안하고 억울할까?

우리는 왜 불안하고 억울할까?[이성주의 건강편지]입력 2024.09.23 06:06이성주 기자  “마음은 물 위에 1/7만 노출한 채 떠 있는 빙하와도 같다.”1939년 오늘(9월 23일)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구강암의 고통으로 신음하다, 친구인 막스 슈어 박사에게 모르핀을 투여해 달라고 부탁해 고통의 의식도, 무의식도 없는 곳으로 떠난 날입니다.프로이트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의 양대 과학자로 선정한 천재였습니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열린 사회의 그 적들》에서 “프로이트의 통찰력과는 별개로 정신분석학은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비판했지만, 뇌 영상과학과 정신건강의학의 발달로 정신분석학의 상당 부분이 과학의..

♧...자료&꺼리 2024.09.23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아끼지 마세요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아끼지 마세요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아끼지 마세요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눈물 글썽일 일 있다 한들그게 무슨 대수겠어요!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참한詩 2024.08.28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와 나 사이이생진​​ 아내는 76이고나는 80입니다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네 기다리는 것입니다​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 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인생?철학?종교?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참한詩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