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유홍준 지평선 위에 비가 내린다 문자로 새기지 못하는 시절의 눈물을 대신 울며 첨벙첨벙 젖은 알몸을 드러낸 채 간다 나는 지평선에 잡아먹히는 한 마리 짐승……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가서 죽을래? 강물을 삼킨 지평선이 양미간을 조이며 묻는다 낡아빠진 충고와 똑같은 질문은 싫어! 있는 힘을 다해 나는 지평선을 밀어버린다 천령 개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워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꽃이 피어 있었다 천령 고개 아래 노인은 그 나무 아래 누런 소를 매어놓고 있 었다 일평생 매여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안 태어나도 될 걸 태어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육손이가 살고 있었다 언청이가 살고 있었다 그 고개 밑에 불구를 자식으로 둔 애비 에미가 살고 있었다 그 자식한테 두들겨 맞으며 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