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 백일기도 해제 법문 흘려듣고 가는 길에 병산서원 달팽이 뒷간 급히 들러 머슴인 양 꾸부리고 앉아 뒤돌아보며, '설사 이보다 더 큰 볼일이 어디 있겠노' 기막힌 해제 법문 한 자락 설하고 나오던 참 만대루 앞뜰에서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백일홍을 만났다 배롱나무라는 이름표 자그맣게 달고 서 있다 배롱이라, 배롱…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는데 뿌리는 하나요 성과 이름이 둘이라, 양반 가문은 아니겠다 성씨로만 봐서는 배나 백이나 어금버금한 집안인 거 같고 이름 사주로만 봐서는 왠지 배 씨가 종노릇 할 것만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백씨한테 에둘러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냥 속으로 배롱 배롱 불러보니 자꾸 메롱 메롱 놀려대는 기분도 들고 의 이름이라 하지만 우째 주워온 자식 이름 짓듯 했을까 배실배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