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에서 만난 형 두 하늘을 모시고 사는 형이 있었다 파란 새벽하늘 쳐다보고 갱 속으로 들어가 숯검댕이 하늘나라 투명인간 되어버린 형, 만나러 갔다 늦가을 해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갑반 일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검댕이들은 다 나의 형 같아 보였다, 보릿고개 시절 온몸에 깜부기 칠하고 나를 폭삭 속여먹었던 형 엄마한테 검정 고무신 사달라고 떼쓰던 그 형아 오늘은 아무런 말이 없다 동생 공부시키겠다고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막장까지 떠밀려온 형들의 눈빛이 모도 지금, 여기, 나는 없었다 막장 한 모퉁이 꼬부리고 앉아 시시만큼 싸 온 점심 도시락을 까먹으면서도 은성 주포집 빈대떡 두루치기 한 접시 시켜놓고 술잔을 부딪치며 먼저 떠난 이의 이름 되뇌면서도 갱 입구 쓸쓸히 서 있는 동상을 바라보면서도 시커먼 석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