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3 김욱진 동계 방학 자가 연수 중 코로난가 뭔가 불쑥 찾아와 현관 문고리 잡고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 자가 격리 중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먼 그러잖아도 각방거처 선언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눈칫밥 한 그릇 얻어먹고 살기도 쉽잖은 팔자인지 눈만 뜨면 손 씻고 입마개하고 한 끼 먹은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 각자 설거지하고 소독하고 화장실 드나들 땐 변기 거울 빚 갚듯 반질반질 다 닦아 줘야 하고 온종일 건네는 말이라고는 밥 먹자, 라는 한 마디 그마저도 눈치 보며 주고받는 일상 지금, 여기, 나는 자가 수양 중이다 자가, 누구인지 자가, 왜 여기 머물고 있는지 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 혼자 조용히 묻고 있는 중 (2020 시산맥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