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성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서너 달이나 되어 전화한 내게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할 때 나는 밥보다 못한 인간이 된다 밥 앞에서 보란 듯이 밥에게 밀린 인간이 된다 그래서 정말 밥이나 먹자고 만났을 때 우리는 난생처음 밖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처럼 무얼 먹을 것인가 숭고하.. ♧...참한詩 2013.11.29
살구나무죽비/임성구 살구나무죽비 임성구 무쇠 같은 하루가 노을에 닿는 시간 시퍼런 몸에 감춰진 찌던 먼지 털어낸다 속 비운 살구나무죽비 내 등에서 꽃 핀다 꽉 막힌 혈전들이 녹아 내리는 몸 속 행간 천 년 전 바람 냄새 스멀스멀 배어들면 그 몸을 기억하는 살구 몸의 터널 환하다 ♧...참한詩 2013.11.28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이생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 ♧...참한詩 2013.11.28
다른 구멍에 넣다/최영철 다른 구멍에 넣다 최영철 현금 인출기에 카드를 밀어 넣는데 구멍이 카드를 밀어낸다 자꾸 넣어도 자꾸 밀어낸다 구멍이 자기를 밀어낸다는 걸 알았는지 구멍이 밀어내기도 전에 카드가 먼저 비집고 나온다 몇 번을 그러고 있는데 뒤에 줄 선 아주머니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아차 현금카.. ♧...참한詩 2013.11.07
[스크랩] 고도를 위하여 (제9회 소월 문학상 수상작) / 임영조 고도를 위하여 /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는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 ♧...참한詩 2013.08.29
사향노루/정재호 사향노루 정재호 남들이 갖지 못한 사향을 지니고 있는 사향노루는 평생을 불안에 떨면서 살다가 포수의 총을 맞고 죽을 때는 배꼽을 물어뜯으며 사향낭을 지닌 것을 후회한다 미인은 미모 때문에 천재는 재주 때문에 갑부는 재물 때문에 권력자는 권력 때문에 세상의 과녁이 된다 사향 .. ♧...참한詩 2013.06.04
못/정재호 못 정재호 철없이 벽에도, 남의 갸슴에도 숱한 못을 박아놓았다 부모님, 형제, 친구, 제자 ,아내, 자식들 가슴에 알게 모르게 박아 놓은 못 죽기 전에 내 손으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할 텐데 부모님은 이미 먼 길 떠나셨고 아내는 병이 들었고 형제는 절반이 이승을 떠났고 자식들은 다 커 .. ♧...참한詩 2013.06.04
[스크랩] 시와 사람 발표 (서하 시) 아홉이라는 수 서하 어떤 선배 시인이 아홉 번 째 시집을 보내주었다 날 확 땡긴 아홉이라는 수, 내 옛 서랍 속에도 흉가 같은 아홉수가 여럿 있다 수시로 들락거리던 면소재지 마을 점방에서 아버지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동양화 전공’으로 피어나던 끝자리 아홉 수, 가보(かぶ)를 가.. ♧...참한詩 2013.05.31
[스크랩] 도광의 시인의 시 `반나절 봄`이 조선일보 5월 10일에 발표되었습니다 [가슴으로 읽는 시] 반나절 봄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입력 : 2013.05.09 23:07 반나절 봄 소리, 파시, 미카 이름을 가진 기차 아지랑이 언덕 넘는 반나절 봄이 있다 KTX가 서울서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해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봄이 있다 버들가지 물 위에 졸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 ♧...참한詩 201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