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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폭력 / 이소연

초록의 폭력 이소연 아무 데서나 펼쳐지는 초록을 지날 때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떤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지 ​ 초록은 왜 허락 없이 돋아나는가 ​ 귀가 없으므로 ​ 초록은 명령한다 초록은 힘이 세다 ​ 초록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초록을 거절합니다 초록이 싫습니다 합의하의 초록이 아닙니다 ​ "문란하구나" ​ 누구에게 하는 말입니까? ​ "초록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다" ​ 나를 떠메고 가는 바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오후 웃음을 열었다가 닫는다 ​ 툭, 불거지는 질문처럼 아, 내가 지나치게 피를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 ​ ​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2020 걷는사람)

♧...참한詩 2022.04.30

도반道伴

도반道伴 저녁 공양 마친 개 한 마리가 방선放禪하듯 절집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너덕너덕 기운 옷 걸친 노스님이 혓바닥 길게 내민 견공의 목줄을 잡고 묵정밭 매듯 무심히 따라 돌고 있다 연못 속에 우두커니 물구나무선 내 가랑이 새로 길을 낸 물고기들이 바깥세상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당 앞 반석 위에 쪼그리고 앉은 밤 고양이의 눈빛 휘돌아나가는 보름달처럼

짧은시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