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겨우내 떨며 지낸 길거리 나목들마저 눈 부릅뜨고 일제히 함성 지르던 4월 19일 새벽, 그대는 어디서 봄을 맞이하였는가? 숨죽여 살아온 세포들은 늘 허공 어딘가에 새순 틔우고 싶다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그러하듯 뿌리 깊은 나무는 언제나 낯선 길 위에서도 새봄의 기억 더듬으며 혁.. ♧...비슬산 사계 2010.05.21
촛불 집회 촛불 집회 누가 이토록 뜨거운 화두를 던졌나 제사상머리 오르는 고사리며 도라지도 우리 것이 별로 없는 요즈음 우리네 조상님들의 입맛은 어떠실까? 머잖아 동네 슈퍼마켓 냉동유리 곽 안에서 미국산 쇠고기도 버젓이 한우인 양 드러누워 아들딸 자식들의 눈길 사로잡을 터인데, 우리네 조상님들 .. ♧...비슬산 사계 2010.05.21
유괴된 그 아이 유괴된 그 아이 -허은정 양 내가 무심히 잠들어 있던 2008년 5월 30일 새벽 4시 반경, 이웃집 한 어린아이가 유괴되었다 두 손녀 뒷바라지하며 힘겹게 살아온 할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었고 평소 사납게 짖어대던 개마저 말문을 닫았다 공범이라도 저지른 듯 동네사람들은 저마다 쉬쉬하는 .. ♧...비슬산 사계 2010.05.21
체 게바라, 꽃으로 환생하다 체 게바라, 꽃으로 환생하다 -박진우 사진전 인간 노동시장에서 지금도 전설처럼 살아 있는 체 게바라, 사진전 한구석에 이름조차 없는 한 송이 꽃으로 붙어 있다 베레모 눌러쓴 이마 위에 해바라기 꽃 빼닮은 꽃망울 하나 붉게 맺고 있는, 그대는 이제 정겨운 꽃의 눈빛으로 뜨겁게 되살아나라 그저 .. ♧...비슬산 사계 2010.05.21
학교 쓰레기장으로 출근하는 최씨 노부부 학교 쓰레기장으로 출근하는 최씨 노부부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각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학교 쓰레기장으로 출근하는 최씨 노부부 리어카에 김밥 두어줄 싣고 교문 환히 들어서는 늦깎이 학생부부 누구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 없지만 교실복도까지 살몃 걸어 들어와 간간이 수업 엿듣.. ♧...비슬산 사계 2010.05.21
기도 기도 나는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행자처럼 불경을 외며 부처님 앞에서 백팔 배를 하고 더러는 참선도 하며 윤회를 철석같이 믿는 불자이지만 기독교 재단에서 교직생활을 하다보니 매주 월요일 직원회의 때마다 교목이 전해주는 예수님 말씀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감사히 듣는다 이렇듯 예수님 말씀.. ♧...비슬산 사계 2010.05.21
해설 (해설) 장소에 대한 사랑과 발보리심發菩提心 -김욱진 시집《비슬산 사계》 김상환(문학박사, 한국과정사상연구소 연구원) 1. 시와 장소 사십대 후반의 늦깎이로 나온 김욱진 시인과의 만남과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고 깊다. 직장 동료이자 문우로 함께 한 지도 이십 년을 족히 넘어서고 .. ♧...비슬산 사계 2010.05.21
표사 표사 김욱진은 연기(緣起)의 시인이다. 연기란 직접적 원인과 간접적 연에 의하여 모든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학교 간 아들놈 마중 갔다 돌아오는 길에/경운기 바퀴자국 꽉 물고/떨며 누워 있는 어린 나무 한 그루 만났지”(「인연」)에서도 인연의 만남을 볼 수 있다. 돌부리에 걸.. ♧...비슬산 사계 2010.05.21
나무가 바람에게 외 5편/문정희 나무가 바람에게 외 5편 문정희 어느 나무나 바람에게 하는 말은 똑같은가 봐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바람 불면 나무는 몸을 흔들고 봄이면 똑같이 초록이 되고 가을이면 조용히 단풍 드나 봐 과일의 사랑 사랑은 잘 익은 과일 같은 것인가 그 향기와 빛깔 잠시 입안에 군침으로 돌고 나면 아아 우리들.. ♧...참한詩 201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