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 종합병원 우포 종합병원 억새에 묻은 핏자국 누구의 염색체일까? 건강 검진 창구가 붐빈다 멀찌감치 격리 병동 눈치 보며 누드모델처럼 알몸으로 줄 서있는 새떼들 얼음판 위에서 몸무게를 달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하는 곳 어디냐며 묻는다 목포와 사지포 사이 방 둑에서 일제히 엑스레이 줌 잡.. ♧...발표작 2012.03.27
동백섬에서 동백섬에서 에누리한 배 삯으로 새우깡을 샀다 할머니를 화장했을 때처럼 한 움큼씩 뿌린다 서러운 한 생이 목주름 같은 파도를 타며 눈을 뜬다 나물죽으로 채운 뱃속이 출렁거리는 해거름 행랑채에서 콜록콜록 손자를 부르신다 입에 쏙 넣어준 곶감 한 개 날름 삼키는데 끼룩끼룩 머리.. ♧...발표작 2012.03.27
못 못 뿌리 없는 자식이라고 사랑도 못하나 포기하지 마,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은 벽이면 벽, 나무면 나무, 가슴이면 가슴 다 품어 안고 흐느끼는 마음의 빛깔일 뿐이야 정월 대보름 밤도 좋지 일렁이는 못가에 손 담그고 굳은 살 좀 벗겨봐 어깨 힘 빼고 날씬한 나의 몸매 톡, 톡.. ♧...발표작 2011.11.01
지팡이 2 지팡이 2 낫살께나 먹었다고 유세부리지 말고 살어 석가모니 할아버지 한번 봐 수 억 겁이 지나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온 우주 품어 안은 채 가부좌 틀고 앉아 용맹정진하시잖아 밤이면 밤마다 태평양 베개 삼아 머리는 인도 쪽 가슴은 티베트 쪽 다리는 한국을 향하고 누워 와선도.. ♧...발표작 2011.08.19
신 금수회의록 신 금수회의록 계엄 내려진 세상 한 구석에서 소 돼지 닭 오리 새들이 모여앉아 긴급회의를 한다 여태 우리는 우바새 우바니들을 너무 믿고 살았소 저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찍어대며 그도 모자라 우리끼리 나눈 시시콜콜한 얘기조차 동물 보호라는 미명하에 도청하고 해독하며 목줄.. ♧...발표작 2011.08.19
옻나무 옻나무 너는 수줍어하는 나의 사타구니에 불 질러놓고 달아난 방화범 아니더냐 공소시효가 지난 지 수 십년이 흘렀다만 너는 아직도 나의 수사선상에 있다 한 때, 비슬산 속으로 숨어들어 붉나무 행세하며 돌아다닌다는 풍문에 사기죄로 긴급 체포하려고도 마음먹었지 그러고 가만 생각해보니 관에 .. ♧...발표작 2011.08.19
거가대교 거가대교 부산과 거제도 사이 긴 배 한 척 떠있다 배 안에 4차선 도로가 나있고 그 위로 섬들이 달린다 바다물살 가르며 물고기가 운전을 하고 신호등 앞에서 갈매기들이 자원봉사 하는 거가대교 야, 여가 거가? 거시기, 이래 길어가꼬 똥오줌 마려우면 뺐다 넣다 우째 하노 오금 저리면 폈다 오므렸다 .. ♧...발표작 2011.08.19
낙동강 낙동강 해인사 가는 길 낙동과 함께 출발하여 나란히 달렸다 고령 다리쯤 다다르자 가물가물 초점 풀어지는 낙동, 강변 딸기밭 때문이 아니었다 가슴 파헤치고 산발한 강 하나 떠내려가고 있었다 제 풀에 서러워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칠 백리 젖먹이 자식 놓쳐버린 어미처럼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 ♧...발표작 2011.08.19
강물, 울고 있다 강물, 울고 있다 풍기문란 죄로 족쇄를 찼다 타고난 S라인 몸매를 보여준 죄밖에 없는데, 야한 허리 끌어안고 빙빙 돌 때마다 살랑살랑 꼬리 흔든 네 탓이라고 덮어씌운다 물길 따라 흘러온 운명 에라, 모르겠다 덤프트럭 기사가 던져준 담배꽁초 뻐끔뻐끔 빨아 당기며 파놓은 함정 속으로 빠져든다 속.. ♧...발표작 2011.04.29
슬픈 향수 슬픈 향수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지 낳지도 않은 송아지 잡히고 외상술 들이켜는 맛이 여물죽처럼 구수해보였지 흘러내린 과부젖가슴 훔쳐보며 질금질금 침 흘려도 집에 가서 일러바치.. ♧...발표작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