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에서 횟집에서 거친 세파에 떠밀려온 바닷물고기들이 깜빡거리는 꼬마전구 불빛 아래서 수중발레하듯 원을 그리며 뽀글뽀글 어리광부리고 있다 수족관 밖에서 군침 흘리며 넘다보는 길손들의 어깨 부딪는 소리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서로 마주보며 윙크하는 숭어 두 마리 누군가의 손아귀에 덥석, 낚아채.. ♧...발표작 2010.12.25
감시카메라 작동 중 감시카메라 작동 중 지금도 어디선가 우주의 감시카메라는 지구별 한 모퉁이서 하루살이처럼 꼬물거리고 있는 나를 빤히 지켜보고 있다 뭇 별들의 가랑이 새로 수 억 겁劫 지나 예까지 휘달려왔을 나의 육신 헐거워진 뼈마디 사이로 찬바람마저 술술 스며드는 오팔 연식 구형이지만 온갖 세파에 잘 .. ♧...발표작 2010.12.25
바람을 업다 바람을 업다 흩어졌다 모여드는 바람 탓에 무릎관절은 늘 삐걱거렸다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진 바람을 업은 어머니, 대청동 꼭대기 판잣집에서 메리놀 병원까지 수백 개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방울방울 구르는 땀방울 장단에, 바람은 잠이 들기도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허리까지 깁스를 하고 .. ♧...발표작 2010.12.04
빈집 빈집 머잖아 누군가에게 나눠 줄 집 있다 쪽방 몇 칸과 시상에 번진 피 한 방울 사랑의 바이러스가 속살처럼 되살아나는 그 순간까지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오감五感이 자동으로 감지되는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어 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발표작 2010.12.04
누에보살 누에보살 뽕잎 공양을 하고 첫잠 든 개미누에 어둠의 동굴에 누워 윤회법문을 한다 이승저승 오고감은 한낱 성긴 발 위에서 몸 한번 바꾸는 일 알에서 깨어나 넉 잠을 자고 묵묵히 섶으로, 섶으로 기어올라 집 한 채 지었다 부서질 몸 그 몸속에서 진신사리 같은 비단실 자아내며 훨훨 성자의 반열에 .. ♧...발표작 2010.12.04
누리마루 누리마루* 거센 파도를 타고 떠나 봐 치솟은 물결 꼭대기에 서 보면 온 세상이 한 눈에 다 보일 거야 정상회담장 가는 길섶 팔손이 마중 나와 악수 청하며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마루 밑에 볕 들 날 있다는 듯 생인손 앓는 여덟 손바닥 떡 벌린다 텅 빈 그늘 사이로 짓무른 손금 엉금엉금 기어 나.. ♧...발표작 2010.12.04
그리운 옛집 그리운 옛집 달포 전 새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옛집으로 자꾸 발길이 가닿는 이유는 20여 년간 손때 묻은 문고리가 아직 나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지방 틈에서 세 들어 사는 잔 개미들이 이사를 가지 못한 속사정도 궁금하지만 간통죄 누명 덮어쓰고 담벼락 한 모퉁이 글썽거리고 있을 담쟁.. ♧...발표작 2010.12.04
산사음악회 산사음악회 유가사 시방루十方樓에서 가을 법석을 마련했다 석가모니불 지휘아래 천오백부처님 합창으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진다 시방허공세계 처처 계신 보살성문님 눈뜨느라 허허둥둥 야단이다 미련토록 가부좌 튼 미륵부처님 육중한 몸으로 용화전을 걸어 나오신다 산.. ♧...발표작 2010.11.08
새만금방조제 새만금방조제 부안-군산 간 갈라놓은 바닷길 물위에 떠있는 만리장성 같다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든 길이 파도를 탄다 휜 허리 쭉 펴고 넘실넘실 달리는 백삼십 리 길 발 동동 구르다 곧추서면 홀로 저 밑둥 돌부리께 가 닿을까 행여, 투기꾼 냄새라도 풍기면 어쩌나 갯벌에 살던 참소라라고 그럴까 아.. ♧...발표작 2010.09.19
신종 人플루 신종 人플루 행여, 누군가에 의해 몰래 복제된 신종 인간의 소행이면 어쩌나 몇 달 전 지구촌 한 모퉁이 슬몃 찾아온 불청객 어느새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다 종족 번식력이 강한 바이러스 족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이름과 주소조차 모르니 되돌려 보낼 곳도 .. ♧...발표작 2010.05.24